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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365 days to go, 읽고 쓰기

245 days to go, 인류의 소비생활에 대하여

by 민히 2023. 5. 1.

245 days to go

오늘의 책 : 디컨슈머, J.B.매커넌

 

 
디컨슈머
경제학자들은 우리가 항상 더 많이 소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소비가 아주 조금이라도 줄어든다면 심각한 경기 침체와 불황이 찾아올 거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소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건 비단 경제학자만이 아니다.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하고 9일 뒤, 부시 대통령은 충격과 슬픔에 휩싸인 국민에게 “미국 경제에 계속 참여하고 경제를 신뢰해주길 바란다”고 연설하며 ‘소비하라’고 역설해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은 최소 600억 달러 규모의 자산과 5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졌는데, 이는 테러리스트 때문이 아니라 미국과 전 세계가 갑자기 소비에 열정을 잃은 결과였다. 이 상황을 두고 경제학자들은 소비가 발생하지 않는 상황이 경제에 치명적이라는 결론을 지었고 부시의 연설 이후, 소비가 줄어들 때마다 세계 지도자들이 ‘나가서 소비하라’고 부추기는 일은 당연시되었다. “마치 소비가 선택이 아닌 필수인 것처럼 말이다.”(본문 21쪽) 비단 위의 사례뿐일까. 21세기에 들어서며 우리 인류가 깨우친 핵심 교훈은 ‘사고 사고 또 사는 것’이 시민의 의무라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구매하는 의류를 전부 합치면 매년 5000만 톤에 달하는 옷 무더기가 된다. 이 크기의 소행성이 지구로 떨어지면 웬만한 대도시는 전부 산산조각나고 전 세계에 지진이 발생할 것이다.”(본문 16쪽) 나날이 쏟아지는 광고와 할인, 유행, 패스트푸드, 패스트패션, 오락, 최신 전자기기와 이 모든 것에 대한 집착들이 소비문화를 형성하고 있으며, 소비가 곧 경제와 사회를 지탱하고 있다. 현재 미국인은 매년 디지털 기기에 2500억 달러, 개인 미용 및 위생용품에 1400억 달러 이상을 쓴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가장 쇼핑에 중독된 망나니’라는 미국의 이미지는 이제 다른 나라들에 물려줘야 할지도 모른다. 카타르와 바레인, 아랍에미리트 같은 석유 부국이 미국의 1인당 소비량을 넘어섰으며, 유럽연합의 전체 쇼핑객은 거의 미국 쇼핑객만큼 돈을 쓴다. 세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가난한 시민들조차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라 기꺼이 값을 지불하고 싶은 것’을 구매한다. 전 세계 45억 명의 저소득층은 매년 5조 달러 이상을 지출하는 거대한 소비시장이다. _17쪽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소비가 ‘가속화’될수록 ‘기후 재앙 시계’는 ‘초가속화’되고 있다는 것. 유엔의 국제자원전문가위원회에 따르면, 새 천 년이 시작될 무렵 소비는 인구수를 제치고 가장 심각한 환경문제로 떠올랐다. 이에 환경과학자들은 우리가 너무 많이 소비한다고 말한다. 재활용 기술과 에너지 효율 개선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재생에너지 공급을 인상적일 만큼 높였지만, 그것만으로는 탄소 배출량을 단 한 해도 줄이지 못했다. 그 어떤 기술과 조치도 소비 욕구가 불어나는 속도를 따라잡는 데 실패했다. 사느냐(buy), 사느냐(live), 이것이 문제로다. 지금, 우리는 소비와 환경 사이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
저자
J B 매키넌
출판
문학동네
출판일
2022.12.05

 

소설과 산문만 읽다가 오랜만에 사회과학 책을 읽으니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세상에 대해 깨우칠 수 있어 좋다. 별생각 없이 해왔던 나의 소비생활도 되돌아보게 되고, 이런 소비 활동들이 이 세계에, 이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 독서는 당연하게 여겨왔던 것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환경파괴의 배후에는 무분별한 소비가 있었다.

재생 에너지 등 그 어떤 기술도

가파르게 증가하는 소비욕구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오늘 나를 멈추게 했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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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3

당시 인류학자들은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것과 똑같은 말 못 할 기분을 느꼈다. 문화의 발전 과정 어디쯤에서 우리가 길을 잘못 들었다는 느낌이었다.

 

p77

'분주함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에 맞서기 시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러한 저항의 상당수는 소비의 형태를 취했다. 스파, 명상 프로그램, 올 인클루시브 리조트, 정리용품.

 

 

사람들의 소비는 줄어든 적이 없고 소비 증가 속도 자체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코로나19 때 전 세계적으로 소비가 멈췄다. 그리고 탄소 배출량이 일시적으로 대폭 줄었다. 그때 우리는 파란 하늘을 봤고 대도시 강에 생전 처음 보는 물고기들이 등장했으며 일부 도시에서는 별이 보였다. 먼 우주에서 누군가 인간을 본다면 이렇게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무감각하게 하고 있는 종족이 이해가 안되겠지?

 

지금과 같은 많은 소비를 하고 사는 삶이 보편화된 건 얼마 안됐다. 1970년대만 해도 미국에서 한때 일요일은 진짜 휴식하는 날이었다. 가게들은 문을 닫았고 사람들은 쇼핑을 하지 않았다. 스포츠를 하고 밀린 신문을 읽거나 가족과 시간을 보냈다. 생산적인 일을 하기 보다는 정말로 쉬었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이토록 소비가 만연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지금은 배달과 외식이 거의 당연시 되는 일이지만, 어렸을 때는 외식이라는 것은 특별한 날에 하는 일이었다.

 

미국에서는 1961년 대법원 판결에서 "국가는 하루를 여느 날과 다른 휴식과 평안, 휴양, 평정의 날로 정하고자 한다. 이날은 모든 가족 및 공동체 구성원이 함께 시간을 보내며 즐길 수 있는 날, 격렬한 매일의 경제활동에서 분리된 비교적 고요한 날, 주중에는 만날 수 없는 친구와 가족을 방문할 수 있는 날이다(p72)"라고 선언했다. 판결문에 이런 문장이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일요일은 그야말로 다른 요일과는 '다른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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