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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365 days to go, 읽고 쓰기

293 days to go, 사람은 각자 자신만의 어려운 시기를 통과하고 있다

by 민히 2023. 3. 14.

293 days to go

오늘의 책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데뷔작 하나만으로 일약 미국 단편 문학의 신성으로 떠오른 앤드루 포터의 데뷔작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섬세한 문체로 깊은 울림을 이끌어내는 10편의 단편소설이 실린 소설이다. 2011년 한국에 처음 출간되었으나 국내 독자들의 눈에 띄지 않아 절판되었던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은 표제작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이 팟캐스트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에 소개되며 입소문을 타 중쇄를 찍게 된 일화로 유명하다. 관계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우아하고 섬세한 문장, 서늘하면서도 감동을 자아내는 이야기로 국내 문학 팬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숨은 명작으로 회자되던 이 책을 더욱 유려하고 정확한 번역으로 재정비해 새롭게 선보인다. 소설집에 실린 10편의 작품은 각기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언뜻 안정적인 삶을 사는 것 같지만 마음속에 자신만 아는 상흔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해 과거의 어떤 한 지점을 지그시 응시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깊은 마음을 나눠가졌음에도 결국 떠나야만 했던 로버트에 관한 기억을 정리하지 못하는 헤더의 이야기를 담은 표제작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다른 남자의 부인을 사랑하게 된 아내를 이해해야만 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 《코네티컷》, 형이 저지른 폭력에 대해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하는 《강가의 개》 등 인물들의 감정을 가까운 곳에서 들여다보며 그들이 지나온 삶의 궤적을 서늘하지만 마음을 담은 터치로 그려낸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저자
앤드루 포터
출판
문학동네
출판일
2019.05.13

 

앤드루 포터의 단편소설집

별 기대 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단숨에 빠져들어 <구멍>과 <코요테>, 두 개의 단편을 읽었다.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각자 자신의 사정이 있고 각자 어려운 시기를 통과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구멍>은 트라우마나 비극적인 사고를 겪은 주인공이 그때의 기억을 끊임없이 되감기해서 보면서, 이랬으면 어땠을까, 내가 저랬더라면 어땠을까,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써보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렇게 해서라도 지난 기억을 바로 잡고 싶은 마음, 다른 결론을 보고 싶어하는 마음을 떠올리면 내 마음도 먹먹해진다.

슬픈 기억은 자꾸만 리플레이 하게 된다. 기억은 신기하게도 생생하고 단숨에 그 순간으로 돌아가버린 것만 같다. 이미 지나간 일이라 바꿀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고통 속에 자꾸만 나를 다시 집어 넣는 이유는 뭘까? 그 상황에 대해 조금이나마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서? 내가 달리 행동했으면 다른 결과가 있었을 것이라는 걸 알아서? 하지만 당시의 나는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달리 행동할 수가 없었을 것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다.

 

<코요테>의 주인공 역시 알지 못한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의 전말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만약 어머니가 그 여름 무엇을 견디고 있었는지 알았다면', '그때 나는 알지 못했다.'라는 문장, 먼 훗날 과거를 돌이켜보면서 그제서야 할 수 있는 이런 문장들이 계속해서 등장한다. 인간이라면 어쩔 수 없다. 다음에는 무엇이 올지 모르며 그렇기 때문에 후회도 있을 수 밖에 없고 자꾸만 what if? 의문이 드는 것이다.

 

마음에 여운이 길게 남는 소설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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