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3 days to go
오늘의 책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앤드루 포터의 단편소설집
별 기대 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단숨에 빠져들어 <구멍>과 <코요테>, 두 개의 단편을 읽었다.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각자 자신의 사정이 있고 각자 어려운 시기를 통과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구멍>은 트라우마나 비극적인 사고를 겪은 주인공이 그때의 기억을 끊임없이 되감기해서 보면서, 이랬으면 어땠을까, 내가 저랬더라면 어땠을까,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써보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렇게 해서라도 지난 기억을 바로 잡고 싶은 마음, 다른 결론을 보고 싶어하는 마음을 떠올리면 내 마음도 먹먹해진다.
슬픈 기억은 자꾸만 리플레이 하게 된다. 기억은 신기하게도 생생하고 단숨에 그 순간으로 돌아가버린 것만 같다. 이미 지나간 일이라 바꿀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고통 속에 자꾸만 나를 다시 집어 넣는 이유는 뭘까? 그 상황에 대해 조금이나마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서? 내가 달리 행동했으면 다른 결과가 있었을 것이라는 걸 알아서? 하지만 당시의 나는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달리 행동할 수가 없었을 것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다.
<코요테>의 주인공 역시 알지 못한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의 전말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만약 어머니가 그 여름 무엇을 견디고 있었는지 알았다면', '그때 나는 알지 못했다.'라는 문장, 먼 훗날 과거를 돌이켜보면서 그제서야 할 수 있는 이런 문장들이 계속해서 등장한다. 인간이라면 어쩔 수 없다. 다음에는 무엇이 올지 모르며 그렇기 때문에 후회도 있을 수 밖에 없고 자꾸만 what if? 의문이 드는 것이다.
마음에 여운이 길게 남는 소설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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