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개월 만에 육아하면서 제대로 meltdown이 왔다. meltdown이라는 표현 말고 우리말로 뭐라고 표현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그냥 완전 감정적으로 무너져버린 상태.
육아는 기세라고, 실제로 부족한 게 많지만 그래도 잘하고 있다고 이대로만 하면 된다고 스스로 다독이며, 이왕이면 즐겁게 육아하자는 마음으로 잘 지내왔는데 나도 모르게 힘든 게 내 안에 쌓여가고 있었나보다.
최근 아기가 이런 저런 작은 사고로 응급실을 두 번 가고 소아과도 한 번 다녀오면서 더 이상 못하겠다 싶었다.
생각해보면 엄청나게 불행한 것도 아닌데, 0살 아기를 돌보고 잘 자라게 해줘야한다는 부담감과 책임감, 뇌 속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다음 할 일, 끝나지 않는 육아와 집안일, 거의 없는 내 시간… 이런 것들이 합쳐지니까 감당이 안됐다.
사실 지금도 뭐 하나 나아진 건 없지만 남편이랑 또 잘 해내보자, 버텨보자, 이런 날도 있는거지 뭐, 하면서 스스로와 서로를 다독이며 힘을 냈다.
(이유식 시판으로 바꿀까 의견도 나눔…🤔그럼 우리에게
시간이 생길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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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ltdown이 왔을 때 가장 먼저 해야겠다 생각한 일은 집 정리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냥 싹 다 버려버리기. 육아로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는데 집마저 위태로우니 정신이 건강할 수 없겠다 싶었다. 물건에 미련 갖지 말고 그냥 다 버리자. 그래서 내 평화를 되찾자라고. 하루에 20개씩 버린다,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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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랑 아기 데리고 같이 외출했다가 쇼핑몰 유아휴게실에 같이 갔는데 동생이 유아휴게실 전경을 보고 울컥했다. 젊고 아름다운 여성들이 자신은 꾸미지도 못하고 이유도 모른 채 우는 아기를 달랜다고 쩔쩔 매는 모습을 보고.
보이진 않지만 집에서 아기를 키우고 있을 수많은 양육자들을 생각하면 아름다우면서도 슬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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