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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관함

나의 해방일지 : "행복한 척, 불행한 척 하지 않겠다. 정직하게 바라보겠다."

by 민히 2023. 7. 14.

명대사 잔치, 나의 해방일지

 

나의 해방일지

 

책 <에이징 솔로>를 읽는데 '나의 해방일지'가 잠깐 언급됐다. 해방, 추앙이라는 단어와 "나 자신이 너무 사랑스러워."란 대사와 함께. 당장 보기 시작했고 처음엔 혼자 밥 먹을 때 보기 시작했는데 나중엔 드라마만 집중해서 봤다. 명대사와 극중 인물들의 감정에 가슴이 먹먹해져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데, 알고 보니 <나의 아저씨> 박해영 작가의 작품이었다.

경기도 수원 근처 가상의 도시인 삼포시에 사는 세 남매의 이야기는 '자신의 불행'으로부터의 해방기였다. 서울까지 편도 2시간씩을 다니는 경기도민의 삶, 경제적으로도 심적으로도 의지할 수 없는 부모님과 남매들, 비정규직의 삶. 결국 세 남매는 각자 자신만의 방법으로 해방에 성공한다.

 

 
나의 해방일지
견딜 수 없이 촌스런 삼남매의 견딜 수 없이 사랑스러운 행복소생기
시간
토, 일 오후 10:30 (2022-04-09~)
출연
이민기, 김지원, 손석구, 이엘, 천호진, 이기우, 전혜진
채널
JTBC

 

내가 기억하려고 남기는 것들

 


주인공 염미정은 현실을 견디기가 어려워서 어떻게든 이 현실을 견뎌보려고 가상의 '그'를 만들어낸다. 자신은 사랑 받는 여자라고 생각하기 위해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고
긴 긴 시간 이렇게 보내다간 말라 죽을 것 같아서
당신를 생각해낸 거에요. 
언젠가 만나게 될 당신,
당신에겐 전 평범하진 않겠죠. "

 
 
이 독백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마음이 아팠다. 그녀도 즐겁게 살고 싶지만, 그녀가 처한 현실, 그녀의 가족이 처한 현실은 그녀가 쉽게 취미 생활을 가지고 인생을 즐기면서만 살도록 내버려두지 않기 때문에. 
 
사랑 받는다는 것이 모두에게 일어나는 당연한 일이 아니라는 것. 아, 먹먹하다.
 
 
"모든 관계가 노동이에요.
눈 뜨고 있는 모든 시간이 노동이에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고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고."
 
"난 한 번도 채워진 적이 없어.
내가 가득 채워지게 날 추앙해요.
한 번은 채워지고 싶어."

 

 
You complete me.

 

 
"아무렇게나 쏟아내는 말. 말. 말."
 
 
경제적 상황에 따라 경험하는 세상도 달라지는 것. 이 정도 풍요롭게, 풍족하게, 사랑받고 살았다는 게, 가득 채워졌다는 것에 겸허해진다. 조용히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감사할 뿐.

 


"너는 왜 최고를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해? 너도 최고를 가질 수 있어!"

 


"핸들을 잡는 순간 희한하게 친절해져.
혼자 있으니까 차분하고 다정해져."


돈이 주는 여유의 힘?!


하나, 행복한 척 하지 않겠다.
둘, 불행한 척 하지 않겠다.
셋, 정직하게 바라보겠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는 주문.

나도 이 주문이 떠오를 때마다 혼잣말로 외우기 시작한다.

행복한 척도, 불행한 척도 하지 않고 진실되게, 솔직하게 내 마음을 바라보기.

 

"당신은 내 성역이야."

 

그래서 구씨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서 감히 뭐라고 하지 않는 미정이.

미정이는 호스트바에 수금하러 다니는 구씨의 직업이 짐작 되면서도 구씨를 판단하거나 구씨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는다. 그렇게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스스로 해방된다. 

누군가를 성역에 넣어 두고 사랑할 수 있는 용기.

나에게도 그런 용기가 있길.

 

사람이 사람을 이렇게 살릴 수 있다는 것, 해방시킬 수 있다니.

 

 

 

여름이 되면, 세 남매가 마을버스에서 내려 집까지 걸어가는 모습, 주말에는 밭일을 하는 모습, 식탁에 둘러앉아 다같이 밥 먹는 미정이네 가족이 생각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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