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한 세상에서 벗어나 잠시 쉬어갈 용기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정희재 지음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날들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다
어떤 일도 좋기만 한 일이 없고,
어떤 일도 나쁘기만 한 일은 없다.
그래도 괜찮다.
너무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
별일 일어나지 않는다.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에 이어 정희재 작가님 책 중 두번째로 만난 책.
"돌이켜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같은 나날을 보낸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다."
"사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이란 없다. 그 날이 그 날인 것 같아도 인간은 천천히 어느 지점인가를 향해서 간다."
나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 시절이 있었다. 매일 뭔가를 부지런히 했지만 '이것을 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성과가 없었기에 멈춘 시간 같았다. 20대의 2~3년을 그렇게 보냈다. 세상은 돌아가고 나만 멈춰있는 기분. 20대는 다시는 오지 않을 청춘이라고 하는데, 그 청춘이라는 시간을 멈춘 시간처럼 보내다니. 그런 자책과 절망에 한없이 우울해지던 시간이었다. 시간이 흐르고보니 그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만 같았던 시간에 나는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이었다. 나 자신에 대해 알아가고 성장의 토대를 닦고 자신감을 쌓는 시간이었다. 그 때의 고민과 좌절 덕분에 나는 단단해졌고, 그런 경험 덕분에 나는 훌쩍 성장했다. 정희재 작가님의 말처럼 그 날들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다.
책에서 가장 좋았던 문장.
여기 나 같은 사람이 또 있구나. 혼자 있을 때 에너지를 얻는 사람. 아무 이유 없이 그냥 혼자 있고 싶은 사람.
혼자 있고 싶다는 것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을 누리고 싶다. 무슨 일이 있어서 혼자 있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아무 이유 없이 혼자 있고 싶은 거니까.
이런 나의 내향적 성향을 어렸을 때는 몰랐다. 대학생이 되고서야 어렴풋이 알게 되었고 그 후에 한참 지나서야 <콰이어트>라는 인생의 책을 만나고 내 성향을 받아들이고 긍정하게 되었다. 이제는 내가 내향적인 사람이라 오히려 다행이고 감사하게까지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 생활을 하다보면 때때로 내 성향보다 무리하게 될 때가 있다. '이건 내가 아닌데.', '아, 혼자 있고 싶다.', '아, 집에 가고 싶다.' 싶을 때가 있다. 이럴 때에도 내 상태를 구구절절 설명하기보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 그러니까 혼자 있겠다!'고 자신있게 말해야지. 정희재 작가가 히말라야에서 그랬듯이.
*현관문을 열고 집에 도착하는 순간 갑자기 온 몸에 에너지가 쑥쑥 흡수되고 살아나는 기분! 나는 어쩔 수없는 집순이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부모님 따라 어디 놀러가면 꼭 집에 언제 가냐고, 집에 가자고 보채고는 했다. 엄마아빠 놀고 있는데 자꾸 집에 가자고 하면 어쩌냐고 혼나기도 했다 ㅋㅋㅋ 나는 집에서 편하게 있어야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다.
"과연 나의 본성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긍정하며 살아가고 있는걸까."
성과사회를 돌아보게 만드는 글.
"성과 사회에서 우리는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
책을 사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야한다는 강박감 같은 게 있다. 지금 재미 없어서 덮었는데 이 책의 진수는 뒤에 있으면 어쩌나, 그래서 내가 놓쳐버린 어쩌나 싶은 걱정이 있었다. 그냥 뒤로 확 넘어가서 읽으면 뭐 어떤가. 이 책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면 과감히 덮어버리고 다른 책을 읽으면 되지 않나.
책에서 작가가 인용한 다니엘 페나크 <소설처럼>의 일부분을 보면 웃음이 난다. 다들 책 읽는 게 얼마나 부담이었으면 이런 권리를 소개했을까. 요즘의 나는 책을 건너뛰며 읽기도 하고, 끝까지 읽지 않을 권리도 잘 누린다. 다만 읽고 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권리는 아직 어렵다. 책을 읽고 나면 뭐라도 글로 끄적여둬야한다는 압박이 있다. 이 책 한 권에서 하나라도 얻은 게 있어야 하고 그걸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책은 <내가 원하는 마지막 순간>이라는 글로 마무리된다. 죽음을 마주한 그 순간을 어떻게 보내고 싶은가에 대한 글이다. 작가는 티베트로 떠날 때 써둔 유서를 보여준다. 죽음을 생각하면 지금 이 순간에, 내가 누리고 있는 이 삶에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죽음을 기억하라(메멘토 모리, Memento mori)'라고 하는가보다. 나는 이 마지막 챕터를 읽으면서 일상의 스트레스가 싹 사라지는 경험을 했다. 내일이 두려울 때, 내일의 의무들로 스트레스 받을 때, 나에게 내일이 있다는 그 사실 자체에 감사했고, 거짓말처럼 모든 걱정이 사라졌다. 그렇게 편안한 밤을 보냈다.
인생은 한 번뿐이다. 그런데 그 인생마저 무척 짧다. 이 삶에는 끝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며, 그저 하루하루 감사하고 감탄하며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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