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너무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

by 민히 2022. 5. 15.

피곤한 세상에서 벗어나 잠시 쉬어갈 용기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정희재 지음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날들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다

어떤 일도 좋기만 한 일이 없고,

어떤 일도 나쁘기만 한 일은 없다.

 

그래도 괜찮다.

너무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

별일 일어나지 않는다.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에 이어 정희재 작가님 책 중 두번째로 만난 책.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by 정희재

 

 

"돌이켜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같은 나날을 보낸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다."

"사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이란 없다. 그 날이 그 날인 것 같아도 인간은 천천히 어느 지점인가를 향해서 간다."

 

나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 시절이 있었다. 매일 뭔가를 부지런히 했지만 '이것을 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성과가 없었기에 멈춘 시간 같았다. 20대의 2~3년을 그렇게 보냈다. 세상은 돌아가고 나만 멈춰있는 기분. 20대는 다시는 오지 않을 청춘이라고 하는데, 그 청춘이라는 시간을 멈춘 시간처럼 보내다니. 그런 자책과 절망에 한없이 우울해지던 시간이었다. 시간이 흐르고보니 그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만 같았던 시간에 나는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이었다. 나 자신에 대해 알아가고 성장의 토대를 닦고 자신감을 쌓는 시간이었다. 그 때의 고민과 좌절 덕분에 나는 단단해졌고, 그런 경험 덕분에 나는 훌쩍 성장했다. 정희재 작가님의 말처럼 그 날들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다. 

 

 

 

책에서 가장 좋았던 문장.

여기 나 같은 사람이 또 있구나. 혼자 있을 때 에너지를 얻는 사람. 아무 이유 없이 그냥 혼자 있고 싶은 사람.

혼자 있고 싶다는 것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을 누리고 싶다. 무슨 일이 있어서 혼자 있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아무 이유 없이 혼자 있고 싶은 거니까.

이런 나의 내향적 성향을 어렸을 때는 몰랐다. 대학생이 되고서야 어렴풋이 알게 되었고 그 후에 한참 지나서야 <콰이어트>라는 인생의 책을 만나고 내 성향을 받아들이고 긍정하게 되었다. 이제는 내가 내향적인 사람이라 오히려 다행이고 감사하게까지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 생활을 하다보면 때때로 내 성향보다 무리하게 될 때가 있다. '이건 내가 아닌데.', '아, 혼자 있고 싶다.', '아, 집에 가고 싶다.' 싶을 때가 있다. 이럴 때에도 내 상태를 구구절절 설명하기보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 그러니까 혼자 있겠다!'고 자신있게 말해야지. 정희재 작가가 히말라야에서 그랬듯이.

 

*현관문을 열고 집에 도착하는 순간 갑자기 온 몸에 에너지가 쑥쑥 흡수되고 살아나는 기분! 나는 어쩔 수없는 집순이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부모님 따라 어디 놀러가면 꼭 집에 언제 가냐고, 집에 가자고 보채고는 했다. 엄마아빠 놀고 있는데 자꾸 집에 가자고 하면 어쩌냐고 혼나기도 했다 ㅋㅋㅋ 나는 집에서 편하게 있어야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다.

 

 

"과연 나의 본성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긍정하며 살아가고 있는걸까."

 

 

 

 

성과사회를 돌아보게 만드는 글.

"성과 사회에서 우리는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

 

다니엘 페나크, <소설처럼>의 일부

 

책을 사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야한다는 강박감 같은 게 있다. 지금 재미 없어서 덮었는데 이 책의 진수는 뒤에 있으면 어쩌나, 그래서 내가 놓쳐버린 어쩌나 싶은 걱정이 있었다. 그냥 뒤로 확 넘어가서 읽으면 뭐 어떤가. 이 책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면 과감히 덮어버리고 다른 책을 읽으면 되지 않나.

 

책에서 작가가 인용한 다니엘 페나크 <소설처럼>의 일부분을 보면 웃음이 난다. 다들 책 읽는 게 얼마나 부담이었으면 이런 권리를 소개했을까. 요즘의 나는 책을 건너뛰며 읽기도 하고, 끝까지 읽지 않을 권리도 잘 누린다. 다만 읽고 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권리는 아직 어렵다. 책을 읽고 나면 뭐라도 글로 끄적여둬야한다는 압박이 있다. 이 책 한 권에서 하나라도 얻은 게 있어야 하고 그걸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책은 <내가 원하는 마지막 순간>이라는 글로 마무리된다. 죽음을 마주한 그 순간을 어떻게 보내고 싶은가에 대한 글이다. 작가는 티베트로 떠날 때 써둔 유서를 보여준다. 죽음을 생각하면 지금 이 순간에, 내가 누리고 있는 이 삶에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죽음을 기억하라(메멘토 모리, Memento mori)'라고 하는가보다. 나는 이 마지막 챕터를 읽으면서 일상의 스트레스가 싹 사라지는 경험을 했다. 내일이 두려울 때, 내일의 의무들로 스트레스 받을 때, 나에게 내일이 있다는 그 사실 자체에 감사했고, 거짓말처럼 모든 걱정이 사라졌다. 그렇게 편안한 밤을 보냈다.

인생은 한 번뿐이다. 그런데 그 인생마저 무척 짧다. 이 삶에는 끝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며, 그저 하루하루 감사하고 감탄하며 살아야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