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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기록의 쓸모 : 디지털 기록의 시작

by 민히 2021. 5. 19.

기록의 쓸모(이승희 지음) @한남동 콰르텟 Quartet


디지털 기록의 시작

책을 읽고 나면 뭐든 나한테 남는 게 하나는 있어야 하는데, <기록의 쓸모> 책을 읽고 블로그를 개설했다. 디지털 기록의 시작이다. 나는 노트에 글을 쓰고 스티커를 붙이고 연필이나 형광펜으로 줄 긋는 것, 아날로그 기록을 좋아해서 노트 사는 게 취미이고 노트에만 빼곡히 기록했는데, 그걸 디지털화 해보고 싶어 시작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확실하게 나에게 하나는 남겼다.

 

책은 술술 읽혔다. 책 내용은 작가가 기록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일상과 일터에서 받은 영감, 그것에 대한 기록이다. 기록 자체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그녀의 일상 영감 기록이 또 나에게 좋은 영감을 주었다.

 

 

기록의 쓸모 p95

자연스럽게

신기하게도 타인에게 잘 보이려고 할수록 멀어진다. 내 마음만 힘들어지고 사랑 받으려는 애초의 목적 달성도 어려워진다. 오히려 '자기답게' 자기만의 가치관과 개성을 지키는 사람이 사랑받는다. 그러니 남한테 잘 보이려 애쓰지 말고 나만의 것, 나만의 중심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엄마가 항상 하는 말 "자연~스럽게". 뭐든 나한테 "자연~스럽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남의 기준에는 절대 맞출 수가 없다. 사람마다 취향과 기준이 천차만별이고 타인의 기준을 충족해주다가는 내 마음이 병나게 되어 있다. 그렇다고 남의 기준을 아주 무시하고 내 멋대로만 할 수만은 없을 때가 많다. 그럴 때 나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하려고 한다. 무리해서까지 뭔가를 하면 꼭 탈이 나니까.

 

 

기록의 쓸모 p82

무색무취의 사람

나는 무색무취의 사람이 되는 것이 가장 두렵다. 누군가 나를 떠올렸을 때 아무런 색깔도, 아무런 향도 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을 말로 설명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하나도 떠오르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이 가장 두렵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참하다는 말을 가장 듣기 싫어한다. 첫째로 태어나 주위 사람들을 보살피며(?) 오랜 세월 살다보니 언젠가부터 참하다는 소리를 듣게 됐다. 참하다라는 게 대체 무슨 뜻인가? 국어사전에 따르면, 성질이 찬찬하고 얌전하다는 뜻이다. 얌전하다는 것은 자기 주장없이, 색깔 없이, 소리 없이, 그냥 있는 느낌이다. 나에게는 그렇다. 그래서 누군가 나에게 참하게 생겼다, 참하다 라는 식의 말을 하면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싫어한다.

그래서 Color my life. 내 삶과 일상을 내 취향으로 색색깔로 물들이기.

역시 이것도 가장 나답게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 취향, 내 가치관, 내 꿈에 솔직해지기.

 

 

 

 

 

직장인으로서 참으로 공감된 글. 작은 부분에서 성취감을 느끼고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못하는 것을 구분해서 내 자존감을 지키는 일.

 

 

기록이란?

내가 기록광이 된 첫 순간은 기억나지 않는다. 초등학생 때는 학교 숙제니까 일기를 썼고 하교 전 반 친구들과 다같이 알림장을 썼다. 집에서는 메모지에 다음날 등교할 때 내가 챙겨야 할 것들을 적어두고 잤다. 중학교에 입학한 이후로 가장 크게 달라졌던 것은 학교 안에 매점이 있다는 것, 버스를 타야 학교에 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더이상 일기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딱 그 때부터 자발적으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내가 일기를 왜 쓰기 시작했는지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다. 추측하기로는 예쁜 노트를 발견했고 그것을 채우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서점에서 예쁜 다이어리를 발견하고 충격을 받았고, 그 후로 매년 다이어리를 사서 썼다. 고등학생 때는 모든 스트레스를 일기장에다가 풀었다.

기록이란 자존감이기도 하다. 대학생이 되고서야 기록의 가치를 깨달았는데, 내가 쓴 기록을 다시 보면서 내가 매순간 참 열심히 살았구나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노력한 흔적, 다짐, 내가 되고자 했던 사람... 모든 것이 다 노트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 기록들을 보면 나는 단 한 순간도 허투루 살지 않았고 나의 성장해온 과정이 눈에 그려졌다.

나는 지금도 열심히 기록한다.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내가 살아온 것이 내 인생이 아니라, 내가 기억하는 것이 내 인생이라고 했다.(교수님에게 들은 말인데,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아니라 다른 작가일 수도 있다. 아무튼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였다.) 나는 모든 걸 제대로 기억할 수 없으니까 결국은 내 뇌를 종이에 옮겨놓아야 한다. 그게 내 기록이고 내가 즐겁게 성장하려 살아온 흔적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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