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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숲속의 자본주의자 - 인생을 남김없이 맛보기

by 민히 2021. 8. 22.

숲 속의 자본주의자

박혜윤 지음

 

 

"인생을 남김없이 맛보기
삶의 골수를 맛보기
그 어떤 경험도, 감정도 철저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어디에 있든, 어떤 방식으로 살든, 나만의 방식으로 삶을 음미하기
그래서 모두가 자신의 일상이 갖고 있는 위대함을 남김없이 캐내어보기"

서문의 문장을 읽고 책에 급속히 빠져들었다.

 

숲 속의 자본주의자

 

<월든>이 떠오로는 시골 생활기

나는 내가 읽은 책을 떠올리면 그 책을 읽은 장소가 함께 떠오르는데, <숲 속의 자본주의자>는 가족여행 차 제주도로 떠나는 공항에서 읽기 시작했다. 집이나 카페에서 책을 읽는 것도 즐겁지만, 어딘가로 떠나는 여행길에서 책을 펴면 엄청난 집중력으로 책에 빠져든다. 이 책은 여행지에서 특히 읽기 좋은 책이었다. 작가가 기존의 삶을 과감히 버리고 미국 시골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듯이, 나도 일상을 잠깐 버리고 타지에서 읽으니 더 좋은 책이었다.

책의 내용은 한국에서 누구보다 자본주의적 삶에 맞춰 살던 한 가족이 더이상이건 아니다 결론을 내리고, 한국에서의 자본주의적 삶을 내팽개치고 미국 시골에서 새롭게 삶의 터전을 닦는 이야기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이 떠오르는 소박하고 단순한 삶. 저자는 미니멀리즘을 추구하고 소박한 행복을 만끽하며 살아간다. 빵을 굽고 가끔 시내에 나가 외식을 하는 사치를 부리면서.

 

 

직장인에게 커피란? 

대학생 때까지는 커피가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고 카페에 가서 먹고 싶은 게 없을 때 그냥 커피를 먹는 정도였다. 그 당시 나에게는 '커피'란 별 의미가 없는, 여러 음료 중에 하나일 뿐이었다.

그런 내가 내가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시점은 딱 회사를 다니고 나서부터였다. 커피를 마신 이유도 역시 일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었던 것 같다.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기 전 잠깐 여유를 부리거나, 업무의 시작을 잠깐 회피하기 위해서. 커피 맛 때문에 먹는 것은 절대 아니었고 그냥 하나의 의식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카누를 타 먹는게 아니라 꼭 커피를 사서 마시고는 했다. 해야할 일은 많은데 정신이 몽롱할 때 정신 차리기 위해서 먹기도 했다.

이렇게 커피를 먹는 행위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 것도 이 책 덕분이다. 무의식적으로 커피를 신나게 사 마시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문득 나는 커피를 왜 이렇게 마시는 것인가 고민해보게 된 것이다. 덕분에 이제는 의식적으로 커피를 마시게 됐다. 내가 지금 커피를 마셔야하나? 왜 마시는거지? 매일 이렇게 3천원~5천원씩 쓰다 보면 돈은 언제 모으나? 이게 필요한 지출인가? 이렇게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커피값 많이 줄였다.👍

 

 

 

남에게 폐 끼치는 걸 싫어하고 개인주의자 성향이 강한 나는, 결혼 준비를 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부탁을 하고 도움을 엄청나게 받으면서 인간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결혼 준비는 타인의 배려 없이는 절대 혼자 할 수가 없었고 가족과 친구들의 도움 없이는 결혼식 자체를 할 수가 없었다. 내 동생, 가족, 친구들의 도움을 얼마나 받았는지. 다른 사람들의 축하도 얼마나 받았는지. 나밖에 모르던 내가 주변 사람에게 더 관심과 고마움을 갖게 되었다. 결혼이 사람을 철들게 했다.

 

 

나만의 이야기를 하는 것의 아름다움. 누가 보든 말든, 누가 뭐라든, 나만의 이야기를 하는 것. 남에게 맞출 필요가 없는 이유가, 정작 남들은 자기에게 맞춰주는 것보다 개성을 더 선호한다. 우당탕탕 안테나 Everything is OK 라이브 공연에서 이진아 무대를 보면서 그녀의 노래를 들을 때도 같은 생각을 했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는 그녀가 무척 아름다웠다.

 

 

 

여러 번 읽은 문장이다. 좋은 글을 많이 읽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 생각을 정리하고 글로 표현하는 일이다. 언어의 한계는 내 세상의 한계라고 했다. 하루에도 수많은 자극과 영감을 받는데 그런 인풋을 뇌 속으로 집어 넣기만 하고 스스로 소화시키지 않으면 내 것이 될 수 없다. 학창 시절 하루 종일 수업을 듣기만 하고 자습을 하지 않으면 그 지식이 내 것이 되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다.

내 생각을 정리하는 게 우선이다. 엄청나게 많은 가치관 중에 진짜 내 것을 찾고 거기에 맞게 살아가는 일이 중요하다.

 

 

 

역시 형편에 맞게.

 

 

 

사실 책을 읽는 초반엔 기대했던 것에 미치지 못해 그저 그런 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머리를 '핑'하게 만드는 글들이 수두룩했다.(진짜 말그대로 머리에서 '핑' 소리가 난 것 같았다.) 내가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관점에서 쓰인 글이었다. 그래서 좋았고 아껴 읽고 싶었다. 자신에 대해 정말 고민하고 탐구한 흔적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 책이 그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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