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위로
곽아람
곽아람 기자는 <나의 뉴욕 수업>으로 처음 알게 되었다. 그의 솔직하고 흡입력 있는 글에 순식간에 빠져 들어 <공부의 위로>도 읽기 시작했다. 저자는 서울대학교에서 고고미술사학을 전공한 인문학도로 대학에서 배운 것이 지금의 자신을 만든 뼈대가 되었다며, 이 책을 쓴 동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대학에서 배운 것이 아무것도 없다.”라는 말이 진리로 받아들여지고 ‘쓸모도 없는 공부’를 가르치는 대학에 대한 갖은 회의가 넘쳐나는 이 시대에 대학에서의 공부를 통해 한 인간이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p11
즉 대학에서의 공부가 저자에게는 제대로 된 공부였다는 것. 저자는 4년간 정말 공부에 몰두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도 대학 교정에 되돌아갔다. 19살에 입학하여 4년 간 머물렀던 그 시절에 대하여 생각하게 됐다. 저자처럼 나 역시도 대학교는 배움을 위한 곳이었다. 대학 등록금이 아깝다고 투덜대는 동기들도 있었고 가끔은 나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면 많은 것을 배웠다. 입시 공부만 해본 나에게 대학에서의 공부는 너무나 어렵고 낯선 것이었지만, 대학 공부에 익숙해지는 과정에서 배운 게 너무나 많다. 긴 글을 읽는 법, 글쓰기, 역사, 문화, 사회 등 모든 것을 배웠다.
대학을 졸업하기 위해서는 140학점 이상을 들어야했다. 왜 이렇게까지 많이 들어야하나 싶었는데 학교에서는 일정 수준 이상으로 학생을 공부시켜서 졸업시키고 싶은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글쓰기를 배웠고 사회과학을 공부했고 제2외국어를 배웠다. 글쓰기는 사실 고등학생 때까지는 공식적으로 할 일이 없었지만 나는 일기쓰기를 좋아해서 어렵지는 않았다. 원하는 외국어를 한없이 배울 수 있었고 사회과학적 사고도 배웠다.
그 곳에서 배운 것과 경험한 것에 대해 차곡차곡 기록하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p9
대학 시절의 공부는 잊히는 과정에서 정신에 깊은 자국을 남기고 거기에서 졸업 후 이어질 밥벌이의 나날에 자그마한 위로가 될 싹이 움튼다. 그것이 공부의 진정한 쓸모라고 생각한다.
p183
인연책. 인연이 닿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방식으로 내 인생의 행로에 등장하는 책.
책 속의 그림에 대하여
나는 누군가가 읽는 모습에 늘 매혹된다. 출퇴근길 지하철에서나 카페에서나 어디서든 무엇을 읽고 있는 사람을 발견하면 그 사람에게 시선이 간다. 몰두해서 무언가를 읽는 모습은 언제나 눈길을 끈다. 이 책에는 읽는 여성의 그림이 몇 점 소개되는데 보자마자 잠깐 숨이 멎을 만큼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아름다웠다.
곽아람, <나의 뉴욕 수업>에서 처음 보고 반했던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이 그림이 책 표지여서 놀랐다!
그리고 보자마자 가슴이 뻥 뚫린 그림.
창문을 통해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바람의 모양이 내 마음도 훝고 지나가는 것처럼 시원해졌다. 저 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 기분을 어떨지! 우리집 거실 창가 의자에 앉아 창문으로 솔솔 들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책 읽는 순간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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