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먹보 아기여서 우리 아기는 해당없겠지, 자만했던 밥태기.
9개월 후반이 되니까 말로만 듣던 밥태기가 찾아왔다. 원래 숟가락 보여주면 입을 쩍쩍 벌렸는데 이제는 입술이 꿈쩍도 안한다. 소고기는 매일 먹여야 된대서 토핑 이유식에서 죽 이유식으로도 바꿔보고 오븐에 이것저것 만들어줘봐도 안 먹는다. 많이 먹어야 세네숟갈.
웃긴 건 간식 시간에는 입을 쩍쩍 벌린다. 간식은 주로 과일이나 요거트. 즉, 맛있는 건 잘 먹는다는 뜻. 이유식에다 치즈를 올려주면 그것도 잘 먹는다. 치즈만 봐도 표정이 환해지는 아기 👶🏻
아기가 잘 안 먹으면 더 열심히 요리를 하는 사람과 덜 열심히 요리를 하는 사람이 있을텐데 난 후자가 되었다. 시간과 체력을 갈아넣어 만든 이유식을 아기가 안 먹어주니까 내 감정도 상했다. 이건 날 위한 것도 아기를 위한 것도 아니다 싶었다. 힘들게 만들었으니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이고 싶은 마음에 나도 무리하게 되고 아기는 울고.
이젠 마음 놓고 안 먹으면 ‘아. 배가 안 고프구나. 이제 성장이 좀 정체되는 시기인가보구나. 몸무게는 충분히 나가니까 이거 좀 안 먹어도 되지 뭐.’ 하는 식이 됐다. 밥 안 먹으면 감자/고구마/밤 주면 되고, 아침 첫 끼는 꽤 잘 먹는 편이라 그때 소고기를 집중적으로 주는 식.
반면, 남편은 안 그럴 것 같았는데 아기가 안 먹으니까 ‘제발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자. 아~’ 하는 스타일의 양육자가 되었다. 하지만 우리 아기는 어림없지. 하이체어에서 안아 올리라고 일어서서 만세하고 있는데 ㅋㅋㅋ
아기도 이제 똑똑해져서(?) 주는대로 다 받아먹는 그런 시기는 지났다 이거지.
아무튼 이유식을 대충 만드니까 나도 아기도 편해졌다. 어쩌면 밥태기는 나에게 꼭 필요한 시기였을지도. 그렇게까지 열심히 밤마다 이유식을 만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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