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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BY/육아일기

밥태기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 그냥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기를, 어쩌면 나에게 필요한 시기인 것일지도

by 민히 2025. 5. 12.


워낙 먹보 아기여서 우리 아기는 해당없겠지, 자만했던 밥태기.


9개월 후반이 되니까 말로만 듣던 밥태기가 찾아왔다. 원래 숟가락 보여주면 입을 쩍쩍 벌렸는데 이제는 입술이 꿈쩍도 안한다. 소고기는 매일 먹여야 된대서 토핑 이유식에서 죽 이유식으로도 바꿔보고 오븐에 이것저것 만들어줘봐도 안 먹는다. 많이 먹어야 세네숟갈.


웃긴 건 간식 시간에는 입을 쩍쩍 벌린다. 간식은 주로 과일이나 요거트. 즉, 맛있는 건 잘 먹는다는 뜻. 이유식에다 치즈를 올려주면 그것도 잘 먹는다. 치즈만 봐도 표정이 환해지는 아기 👶🏻


아기가 잘 안 먹으면 더 열심히 요리를 하는 사람과 덜 열심히 요리를 하는 사람이 있을텐데 난 후자가 되었다. 시간과 체력을 갈아넣어 만든 이유식을 아기가 안 먹어주니까 내 감정도 상했다. 이건 날 위한 것도 아기를 위한 것도 아니다 싶었다. 힘들게 만들었으니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이고 싶은 마음에 나도 무리하게 되고 아기는 울고.


이젠 마음 놓고 안 먹으면 ‘아. 배가 안 고프구나. 이제 성장이 좀 정체되는 시기인가보구나. 몸무게는 충분히 나가니까 이거 좀 안 먹어도 되지 뭐.’ 하는 식이 됐다. 밥 안 먹으면 감자/고구마/밤 주면 되고, 아침 첫 끼는 꽤 잘 먹는 편이라 그때 소고기를 집중적으로 주는 식.


반면, 남편은 안 그럴 것 같았는데 아기가 안 먹으니까 ‘제발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자. 아~’ 하는 스타일의 양육자가 되었다. 하지만 우리 아기는 어림없지. 하이체어에서 안아 올리라고 일어서서 만세하고 있는데 ㅋㅋㅋ


아기도 이제 똑똑해져서(?) 주는대로 다 받아먹는 그런 시기는 지났다 이거지.


아무튼 이유식을 대충 만드니까 나도 아기도 편해졌다. 어쩌면 밥태기는 나에게 꼭 필요한 시기였을지도. 그렇게까지 열심히 밤마다 이유식을 만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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