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컨슈머 : 소비하지 않는 소비자들이 온다
J.B.매키넌
소설과 산문만 읽다가 오랜만에 집어 든 사회과학 분야 책이었다. 이 책은 소비가 세상에 미치는 심각한 부작용을 지적하며 세계가 소비를 1/4 줄인다면? 이라는 가정에서 시작한다. 지구가 망가지는 이유는 단 하나, '소비' 때문이다. 소비가 한정된 자원과 에너지의 과도한 사용을 부추겨 심각한 환경 오염을 일으킨다. 소비가 개인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던 시간.
소비하는 방식을 바꾸면
놀라울 만큼 우리 자신도 변화한다.
소비가 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하다. 쓰고 버리는 게 너무나 일상이 되어버린 세상. 물품을 제작하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소모되는 자원과 에너지, 그리고 쓰고 나면 버려지는 제품들로 우리가 사는 이 행성은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충격적인 것은 소비량은 점차 증가하고 있고 그 증가 속도도 놀라울만큼 점점 빨라지고 있다. 환경오염의 속도도 그만큼 빨라지고 있다. 코로나로 2년간 세상이 멈췄을 때, 우리는 파란 하늘을 봤다. 미세먼지가 줄어들었고 강물은 깨끗해지고 물고기가 돌아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이 더 소비하기 위해 더 벌어야하고 '더 분주한 삶'을 살고 있다. 현대 사회는 너무나 분주하게 돌아가서 사람들은 여유 시간조차 없다. 나도 그렇다. 가끔 내가 뭘하고 있는지 정신 없어지는 상태가 있다. 에리피 프롬도 <나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에서 분주한 삶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분주한 삶이 진짜 생각할 시간, 세상과 타인에 대해 생각할 여유를 빼앗아간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바쁘게 살면서 자신이 뭔가 하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실상은 정작 중요한 것은 다 놓치고 있다.
인간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소비를 하고 있다. 그야말로 풍요로운 세상이다. 남기고 버리는 쓰레기 양이 어마어마하다. 아파트 분리수거장을 가보면 아파트 한 동에서 일주일 간 버리는 쓰레기 양을 보면 인간이 싫어질 정도다. 그런데 이게 진짜 풍요로운 세상일까? 풍요가 아니라 낭비다. 너무나 풍요로운 세상에 살고 있어서 음식과 물건의 중요성을 모르고 살고 있는 건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음식들로 가득찬 냉장고와 옷이 넘쳐나는 옷방을 볼 때면 내가 풍요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지 못하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할 때가 있다.
내 소비생활을 돌아보게 된다. 내가 사는 것들이 나에게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그저 갖고 싶은 것인지? 그저 갖고 싶은 것일 뿐이라면 그 기쁨을 얼마나 가는지? '금융치료'라는 말도 있다. 우스갯소리로 친구들끼리 하는 말인데 생각해보니 스트레스를 쇼핑으로 풀자는 무시무시한 말이었다.
개인의 낭비도 문제지만 기업이 '계획적 진부화', 즉 의도적으로 상품의 내구성을 낮춰 수명이 길지 않는 상품을 만드는 게 문제다. 제품 수명을 더 길게 할 수 있는 기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EU에서는 상품 설명에 제품 수명을 의무적으로 적어야하는 법안을 만들고 있다고 하는데, 전 세계적으로 이런 움직임이 확장되었으면 좋겠다.
소비를 줄이면 어떤 효과가 있나? 우선 깨끗한 환경. 우리는 코로나로 전 세계가 격리되어 있을 때 본 파란 하늘을 기억해야 한다! 미세먼지가 주는 고통과 스트레스는 생각보다 훨씬 큰데, 활짝 문을 열고 마음껏 숨을 쉴 수 있다는 자유를 기억해야 한다!
개인적 측면에서는 안정적인 재정 상황, 안정적인 마음, 덜 분주한 삶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적어도 내가 사온 물건을 정리하느라 허덕이지 않을 수 있다 ㅋㅋㅋ 가끔 내가 사놓은 물건들을 정리해야 할 때마다 한숨이 얼마나 나오는지...!)
책에서는 '간소한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나온다. 덜 벌고 덜 쓰는 사람들이다. 덜 쓰니까 덜 벌어도 되고, 덜 벌어도 되니까 덜 일한다. 나는 덜 벌고 싶다는 정도까지 용기를 낼 자신은 없어서 덜 쓰는 것에 집중하고 싶다.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소비에 덜 집착한다고 한다. '재정적 안정감이 물질주의의 강도를 낮춘다.(p280)'. 경제적으로 불안정할수록 더 소비하게 된다는 아이러니.
나는 앞으로도 계속 소비생활을 이어나가겠지만 내 결정과 행동은 어떤 이유에서 나온 것인지,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로써 내가 얻게 되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내 행동의 결과가 어떻게 돌아갈지 생각해볼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에 조그만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렇게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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