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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소비하지 않는 소비자들이 온다, 디컨슈머

by 민히 2023. 5. 7.

디컨슈머 : 소비하지 않는 소비자들이 온다
J.B.매키넌

 
 

 
디컨슈머
경제학자들은 우리가 항상 더 많이 소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소비가 아주 조금이라도 줄어든다면 심각한 경기 침체와 불황이 찾아올 거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소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건 비단 경제학자만이 아니다.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하고 9일 뒤, 부시 대통령은 충격과 슬픔에 휩싸인 국민에게 “미국 경제에 계속 참여하고 경제를 신뢰해주길 바란다”고 연설하며 ‘소비하라’고 역설해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은 최소 600억 달러 규모의 자산과 5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졌는데, 이는 테러리스트 때문이 아니라 미국과 전 세계가 갑자기 소비에 열정을 잃은 결과였다. 이 상황을 두고 경제학자들은 소비가 발생하지 않는 상황이 경제에 치명적이라는 결론을 지었고 부시의 연설 이후, 소비가 줄어들 때마다 세계 지도자들이 ‘나가서 소비하라’고 부추기는 일은 당연시되었다. “마치 소비가 선택이 아닌 필수인 것처럼 말이다.”(본문 21쪽) 비단 위의 사례뿐일까. 21세기에 들어서며 우리 인류가 깨우친 핵심 교훈은 ‘사고 사고 또 사는 것’이 시민의 의무라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구매하는 의류를 전부 합치면 매년 5000만 톤에 달하는 옷 무더기가 된다. 이 크기의 소행성이 지구로 떨어지면 웬만한 대도시는 전부 산산조각나고 전 세계에 지진이 발생할 것이다.”(본문 16쪽) 나날이 쏟아지는 광고와 할인, 유행, 패스트푸드, 패스트패션, 오락, 최신 전자기기와 이 모든 것에 대한 집착들이 소비문화를 형성하고 있으며, 소비가 곧 경제와 사회를 지탱하고 있다. 현재 미국인은 매년 디지털 기기에 2500억 달러, 개인 미용 및 위생용품에 1400억 달러 이상을 쓴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가장 쇼핑에 중독된 망나니’라는 미국의 이미지는 이제 다른 나라들에 물려줘야 할지도 모른다. 카타르와 바레인, 아랍에미리트 같은 석유 부국이 미국의 1인당 소비량을 넘어섰으며, 유럽연합의 전체 쇼핑객은 거의 미국 쇼핑객만큼 돈을 쓴다. 세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가난한 시민들조차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라 기꺼이 값을 지불하고 싶은 것’을 구매한다. 전 세계 45억 명의 저소득층은 매년 5조 달러 이상을 지출하는 거대한 소비시장이다. _17쪽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소비가 ‘가속화’될수록 ‘기후 재앙 시계’는 ‘초가속화’되고 있다는 것. 유엔의 국제자원전문가위원회에 따르면, 새 천 년이 시작될 무렵 소비는 인구수를 제치고 가장 심각한 환경문제로 떠올랐다. 이에 환경과학자들은 우리가 너무 많이 소비한다고 말한다. 재활용 기술과 에너지 효율 개선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재생에너지 공급을 인상적일 만큼 높였지만, 그것만으로는 탄소 배출량을 단 한 해도 줄이지 못했다. 그 어떤 기술과 조치도 소비 욕구가 불어나는 속도를 따라잡는 데 실패했다. 사느냐(buy), 사느냐(live), 이것이 문제로다. 지금, 우리는 소비와 환경 사이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
저자
J B 매키넌
출판
문학동네
출판일
2022.12.05

 
소설과 산문만 읽다가 오랜만에 집어 든 사회과학 분야 책이었다. 이 책은 소비가 세상에 미치는 심각한 부작용을 지적하며 세계가 소비를 1/4 줄인다면? 이라는 가정에서 시작한다. 지구가 망가지는 이유는 단 하나, '소비' 때문이다. 소비가 한정된 자원과 에너지의 과도한 사용을 부추겨 심각한 환경 오염을 일으킨다. 소비가 개인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던 시간. 
 

 

 

소비하는 방식을 바꾸면
놀라울 만큼
우리 자신도 변화한다.

소비가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

소비가 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하다. 쓰고 버리는 게 너무나 일상이 되어버린 세상. 물품을 제작하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소모되는 자원과 에너지, 그리고 쓰고 나면 버려지는 제품들로 우리가 사는 이 행성은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충격적인 것은 소비량은 점차 증가하고 있고 그 증가 속도도 놀라울만큼 점점 빨라지고 있다. 환경오염의 속도도 그만큼 빨라지고 있다. 코로나로 2년간 세상이 멈췄을 때, 우리는 파란 하늘을 봤다. 미세먼지가 줄어들었고 강물은 깨끗해지고 물고기가 돌아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이 더 소비하기 위해 더 벌어야하고 '더 분주한 삶'을 살고 있다. 현대 사회는 너무나 분주하게 돌아가서 사람들은 여유 시간조차 없다. 나도 그렇다. 가끔 내가 뭘하고 있는지 정신 없어지는 상태가 있다. 에리피 프롬도 <나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에서 분주한 삶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분주한 삶이 진짜 생각할 시간, 세상과 타인에 대해 생각할 여유를 빼앗아간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바쁘게 살면서 자신이 뭔가 하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실상은 정작 중요한 것은 다 놓치고 있다.
 

 

소비의 심각성, 나의 소비 생활은?

인간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소비를 하고 있다. 그야말로 풍요로운 세상이다. 남기고 버리는 쓰레기 양이 어마어마하다. 아파트 분리수거장을 가보면 아파트 한 동에서 일주일 간 버리는 쓰레기 양을 보면 인간이 싫어질 정도다. 그런데 이게 진짜 풍요로운 세상일까? 풍요가 아니라 낭비다. 너무나 풍요로운 세상에 살고 있어서 음식과 물건의 중요성을 모르고 살고 있는 건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음식들로 가득찬 냉장고와 옷이 넘쳐나는 옷방을 볼 때면 내가 풍요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지 못하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할 때가 있다. 
내 소비생활을 돌아보게 된다. 내가 사는 것들이 나에게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그저 갖고 싶은 것인지? 그저 갖고 싶은 것일 뿐이라면 그 기쁨을 얼마나 가는지? '금융치료'라는 말도 있다. 우스갯소리로 친구들끼리 하는 말인데 생각해보니 스트레스를 쇼핑으로 풀자는 무시무시한 말이었다.


 
개인의 낭비도 문제지만 기업이 '계획적 진부화', 즉 의도적으로 상품의 내구성을 낮춰 수명이 길지 않는 상품을 만드는 게 문제다. 제품 수명을 더 길게 할 수 있는 기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EU에서는 상품 설명에 제품 수명을 의무적으로 적어야하는 법안을 만들고 있다고 하는데, 전 세계적으로 이런 움직임이 확장되었으면 좋겠다.
 

소비를 줄이면 좋은 점

소비를 줄이면 어떤 효과가 있나? 우선 깨끗한 환경. 우리는 코로나로 전 세계가 격리되어 있을 때 본 파란 하늘을 기억해야 한다! 미세먼지가 주는 고통과 스트레스는 생각보다 훨씬 큰데, 활짝 문을 열고 마음껏 숨을 쉴 수 있다는 자유를 기억해야 한다!
개인적 측면에서는 안정적인 재정 상황, 안정적인 마음, 덜 분주한 삶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적어도 내가 사온 물건을 정리하느라 허덕이지 않을 수 있다 ㅋㅋㅋ 가끔 내가 사놓은 물건들을 정리해야 할 때마다 한숨이 얼마나 나오는지...!)
 

나는 어떤 노력을 더 할 수 있을까?

  • 가장 중요한 노력은 역시 쇼핑을 줄이기. 덜 사기. 안 사는 게 우선이다. 특히 옷을 덜 사고 외식을 줄이기.
  • 인터넷 주문할 때는 필요한 것을 한 번에 시키기. 특히 요즘엔 무료 배송이 많으니까 필요할 때마다 주문하게 되는데 한 번에 모아서 주문하자.
  • 일회용품 안 쓰기. 몇 년전과 비교했을 때 일회용품을 쓰는 정도는 아주 많이 줄어들었다. 일회용품은 편하긴 하더라도 나도 쓰기가 싫다. 텀블러를 항상 들고 다니면서(킨토 텀블러는 종류별로 많이 사버렸긴 하다...ㅋㅋㅋ) 카페에서 일회용기에 음료 받지 않기, 배달 음식 줄이기(배달음식 시키면 일회용품이 잔뜩 나와서 분리수거 하는 게 일이다!)
  • 에어컨과 난방 절약하기. 인체에는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지방을 태우는 기능이 있다! 자동 다이어트를 할 수 있다.

 

책에서는 '간소한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나온다. 덜 벌고 덜 쓰는 사람들이다. 덜 쓰니까 덜 벌어도 되고, 덜 벌어도 되니까 덜 일한다. 나는 덜 벌고 싶다는 정도까지 용기를 낼 자신은 없어서 덜 쓰는 것에 집중하고 싶다.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소비에 덜 집착한다고 한다. '재정적 안정감이 물질주의의 강도를 낮춘다.(p280)'. 경제적으로 불안정할수록 더 소비하게 된다는 아이러니. 
 
 

 

나는 앞으로도 계속 소비생활을 이어나가겠지만 내 결정과 행동은 어떤 이유에서 나온 것인지,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로써 내가 얻게 되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내 행동의 결과가 어떻게 돌아갈지 생각해볼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에 조그만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렇게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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