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것을 보았어
박혜진
난다
박혜진 문학평론가는 김연수 <이토록 평범한 미래>의 해설을 읽고 팬이 됐다.
이 책은 저자가 이코노미 조선에 연재한 글 52편을 모은 책이다. 주로 소설에 대한 서평이고 과학소설, 영화, 그림에 대한 글도 있다. 내가 읽은 책에 대한 글도 있고, 읽지는 않았지만 서평을 보면서 읽고 싶다고 생각한 책도 있었다. 내가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과 박혜진 평론가의 글을 보면서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비슷한 생각을 했지만 이렇게 멋지게 표현하다니 대단하다, 같은 생각을 하며 한 장 한 장 책을 넘겨나갔다. 특히 프란츠 카프카의 <법 앞에서>에 대한 서평은 프란츠 카프카의 말처럼 "책이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가 되었다.
소외감이 대해 많이 생각했다.
물리적 소외감이든 심리적 소외감이든 스스로의 삶에서조차 소외됐다고 느끼는 것이든, 이 소외감이라는 것이 인간을 얼마나 비참하고 외롭게 만드는지에 대하여.
p43
이때 행복이란 말의 의미는 자기 삶에서 이방인이 되지 않은 자가 삶의 중심에서 느끼는 삶과의 일체감일 것이다.
“나를 보면 맨주먹뿐인 것 같겠지. 그러나 내겐 나 자신에 대한, 모든 것에 대한 확신이 있어.”
- 알베르카뮈, 이방인
p215
마음이 힘든 사람이 일기를, 아니 그 무엇이라도 쓰며 그때 그 사건을 복기하는 이유는, 그 시점을 돌아보는 것이 다만 공포의 행위만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말문이 막혀버리는 짧은 순간들'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쓸 수 있는 용기는 스스로를 공격하는 행위가 아니라 스스로를 해방시키는 회상의 능력으로 가능하다.
p309
때로는 아프다는 것보다 아픈 사람으로 구분되는 것이 더 가혹한 현실이 된다.
p320-321
문학이 아니라면 우리는 누구에게서도 어디에서도 이만큼 구체적으로 인생을 배울 수 없다.
문학작품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일어난 일을 바꿀 수도 없다.
변화엔 좋고 나쁨이 없다. 그러니 누구도 대신 의미를 만들어줄 리 없다. 의미는 오직 변화의 당사자만이 만들 수 있다. 문학을 통해 우리는 의미 찾기를 연습한다.
문학을 왜 읽는지 생각한다. 내 삶을 성장시켜 나가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굉장히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은데 책을 붙잡고 있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생각할수록 답은 간단하다. 이야기가 좋아서, 읽는다는 행위가 좋아서. 그리고 "문학이 아니라면 누구에게서도 어디에서도 이만큼 구체적으로 인생을 배울 수 없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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