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보는 2017년 6월 2일의 기록
우연히 원노트를 열었다가
몇 년전의 내가 빼곡히 남겨 놓은
메모들을 발견했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이 글.
자유로울 것
임경선의 글은 솔직하고 당당하고 쿨하다. 자기의 신념을 차분하고 담담하게 써내려간 그녀의 일을 읽으면서 머릿 속이 정리되었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그녀는 명쾌하게 지면에 옮겨놓았다. 남들과는 다를 지라도 자신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통해 확고한 신념을 가진 그녀. 그녀는 생생히 살아 있다고 느끼는 삶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이번 에세이를 관통하는 가치는 성실과 성장이다.
할일이 있다는 것의 가치
그녀는 오랫동안 일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사람은 나이와 상관없이 일을 통해 성장한다. 일하는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든, 자아실현을 위해서든 어쨌든 움직이고 있다. 가장 무서운 것은 아무것도 안 하고 멈춰 있는 상태다. 그렇게 멈춰 서서 남의 인생을 구경하고 품평하면서 나이 들어가는 일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서도 일이 있다는 것은 감사해야 할 일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른 은퇴를 꿈꾸지만 나는 좋은 마음을 가지고 가급적 오래오래 일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240쪽)
라고 썼다. 공감. 할 일이 있다는 것은 축복 받은 일이다. 열정을 담아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할 일 없는 삶은 무기력하고 의미가 없다. 그런 삶이 지속되면 우울증이 생긴다. "가장 무서운 것은 아무것도 안 하고 멈춰 있는 상태다."라는 말이 가슴 깊이 와 닿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지난 2년간의 백수 생활과 맞바꿔 알게 된 깨달음이다.
이 책에는 불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인 황현산 선생의 인터뷰도 소개됐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대접받을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다음으로는 자기 일을 가지고 있어야 해요. 소일거리가 아니라 본격적인 일로서 말이죠. 일이 있으면 노여움이 없어집니다. 결국은 자기중심이 있어야 남들한테 무시받거나 소외당한다는 생각을 덜 하게 되거든요."
하나 같이 다 맞는 말이다. 하는 일이 없어 자기중심이 잡히지 않으면 남의 말에 쉽게 상처 받고, 인생을 망치는 4대 악인 열등감, 자기연민, 무기력, 남과의 비교로 무너져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도 2년 간의 백수 생활로 깨달은 이치.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남겨둘 것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남겨두는 그녀의 결단도 멋지다. 그녀는 지나간 인연을 굳이 다시 만나 추억팔이를 하는 것은 시간낭비라고 냉정하게 말한다. 현재진행형의 관계를 맺을 수 없는, 그저 과거의 소중한 인연이였기에 한번쯤 다시 만나 추억팔이를 할 바에야 차라리 그 시간에 혼자 책을 읽는 게 낫다고 했다. 완전 공감.
아무리 학창시절 교실에서 순수했던 시간을 공유했던 친구였을지라도 지금 내 생활에 일절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을 굳이 만날 필요가 없다. 관계의 지속이 나를 힘겹게 한다면 왜 그 관계의 끈을 놓지 못하고 시간과 감정을 낭비해야 하는가? 나의 생각을 누군가 대변해주니 통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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