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작은 파티 드레스 - 크리스티앙 보뱅

by 민히 2023. 8. 10.

작은 파티 드레스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책은 샘물 같다.
그녀는 그 곳에 얼굴을 갖다 대고 식힌다.


 
 

아름다운 문장에 담긴 따뜻한 시선과 통찰. 세상에 향한 그의 애정이 문장 곳곳에 있다. 책과 아이와 여성의 삶, 사랑에 대한 글이었다. 특히 여성의 피로와 고통에 대한 글에서 공감한 문장들이 많았다.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책 읽기와 글쓰기는 같다.

 

/

/

/


 
p28
예술은, 예술의 진수는, 사랑하는 삶의 찌꺼기에 불과하며, 사랑하는 삶만이 유일한 삶이다.
 
p37
삶에서 처음 마주치는 피로의 얼굴은 어머니의 얼굴이다. 고독에 지친 얼굴이다. 갓난아이는 꿈과 웃음, 그리고 무엇보다 피로를 가져다준다. 피로가 맨 먼저이다. 밤은 강탈당하고 행복이 숨통을 조여 온다. 사랑과 잠. 피로는 삶의 이 신성한 두 문에 대번 손을 댄다. 피로는 사랑을 침범해 들어오는 미개한 잠이며, 광대한 사랑의 숲에 번지는 잠의 불이다. 
 
p60
사실 자기 자신에 대해서가 아니라면 삶에서 아무것도 배울 게 없고 알아야 할 것도 없다. 자신의 가장 내밀한 부분에 이르려면 누군가를 거쳐야 한다. 어떤 사랑을, 어떤 말이나 얼굴을 거쳐야 한다.
 

p76

책을 읽은 뒤 기억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한두 문장 기억이 날까? 당신이 사랑하는 책들은 당신이 먹는 빵과 뒤섞인다. 그 책들은 스쳐 지나간 얼굴이나 맑고 투명한 가을 하루처럼 삶의 온갖 아름다움과 운명을 같이한다. 

 

p78

그래도 책을 읽는 동안 당신을 휩싼 흥분은 남는다. 사라지기까지 여운이 너무 긴, 기분 좋은 무력감이다. 사랑을 나눈 뒤나 산책을 마칠 무렵 빠져드는 그런 상태. 피로감이랄 수도 있지만 특별한 피로감. 휴식이 되는 피로감이다. 책 앞에서, 자연이나 사랑 앞에서, 당신은 스무 살이나 다름없다. 세상도 당신도 막 시작하려고 한다.


p86
그녀는 우선 다른 이들의 목소리에 뒤덮인 자신의 목소리를 조금씩 되살려낸다. 그러다 결국 그녀 자신의 말만 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