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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태도에 관하여 - 임경선

by 민히 2023. 8. 14.

태도에 관하여
임경선

 


 
임경선 <태도에 관하여>는 20대 초반에 읽고 최근 롱블랙에 임경선 작가의 인터뷰를 보고 다시 꺼내 든 책이다. 오래 전의 내가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표시해 둔 문장, 접어둔 페이지, 메모를 보니 내 20대 성장기를 보는 듯한 기분도 들고 지금까지 잘 해온 내가 떠올라서 먹먹해지고 뭉클해졌다. 이 책에 담긴 가치를 읽고 내가 변화한 것인지, 변화하고 있던 내가 이 책을 만나 밑줄을 잔뜩 그어놓은 것인지, 무엇이 먼저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책을 덮고 나면 책의 내용이나 문장 등 그 어떤 것도 기억나지 않을 때가 있다. 그 책을 읽었다는 것조차 잊고 산다. 하지만 그 책은 내 안에 오래오래 남아 나 자신도 모르게 내 삶을 만들어 나간다.
 

"나에게 독서란 한 권의 책과 나란히 일어나는 동시성의 또 다른 사건이지 책을 기억 속에 저장하는 일은 아니다."
<작별들 순간들>, 배수아

 
 
임경선은 이 책에서 다섯 가지 태도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어줍잖은 위로가 아니라 현실에 두 발을 딱 딛고 있는 사람이 해주는 이야기라 정신이 번뜩 들면서도 공감 가는 게 많았다. 현실적인 말들이 오히려 위로가 되는 신기한 경험. 자유에 대한 통찰, 성실함의 정의, 성장하는 사람, 직장인으로서의 삶 등 공감 가는 게 무척 많았고 아, 이렇게 간단하게 생각할 수 있는 거였구나 하며 통쾌한 순간도 많았다. 특히 과거의 고통에서 헤어 나오는 법과 부모와의 불행을 끝내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목에서 크게 공감했다. 이렇게 심플할 수가! <여름의 피부>에서 이현아 작가는 "유년의 땅을 불안정하다. 타인에 의해 설계되므로."라고 했다. 
 
사실 돌이켜보면 나도 그랬다. 20대의 어느 날, 그냥 그 날 결심했다. 과거의 불행이 지금의 행복을 방해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고. 그렇게 한 번 마음먹고 나니 과거의 불행이 내 발목을 잡는 선택은 안 하게 됐다. 그렇게 다음 챕터로 넘어갔다. 내가 마음을 좋게 먹으니까 좋은 일이 계속 일어났다.
 

p65~66
어느 시점이 되면 어떻게든 꾹 삼키고 알아서 처리해버려야 한다. 훌쩍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라는 과거에 휘둘리면서 고여있기를 자처하면 슬슬 그 사람의 인간으로서의 기량이나 자립도를 묻게 된다. 자식은 부모라는 껍질을 깨고 나와야 어른이 된다. 성장은 나의 부모나 나처럼 한낱 불완전한 인간임을 깨닫고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부모와의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해결하지 못할 바에는 깔끔하게 포기하고 인생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가족 운이 없다고 자조하고 떨쳐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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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들
 
p19
생각이 행동을 유발하지만 사실상 행동이 생각을 예민하게 가다듬고 정리해준다.
 
p21
애초에 완벽한 선택, 완벽한 확신은 존재하지 않았다.
 
p35
그 일이 하고 싶으면 우선 그 일을 하고 있어야 한다는 아이러니 같은 진리.
 
p222
나는 자유롭게 사람을 선택할 권리, 혹은 멀어질 권리를 가진다.
 
p66
자신의 상처를 소중히 하려는 심리가 작동하는 것은 그 상처를 소중히 하지 않으면 그 외에 소중히 할 만한 게 별로 없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p168
나른하고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삶의 방식을 항간에서는 예찬하지만, 그것이 가치 있으려면 어디까지나 자기 규율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p166
젊은 시절 최선을 다했거나 몰두한 경험 없이 성장해버리면 '헐렁한' 어른이 된다.
 
p244
보편성에서 벗어나면 어떤 형태로든 욕을 얻어먹게 될 수밖에 없어요. 보편성에서 벗어나는 두려움, 보편성에서 벗어났을 때 받을 것 같은 비난, 그런 것들에 대한 두려움이 많아요.
 
욕 먹고 상처받아도 괜찮다. 내가 관계없고 떳떳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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