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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김초엽

by 민히 2023. 8. 6.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소설추천 #SF소설추천 #김초엽소설

 

 

 

타자를 온전하게 이해할 수 없다는 불가능 속에서도,
우리는 서로를 놀라워하고 또 아름다워할 수 있다.




 

허블 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으로 알게 된 과학문학의 매력.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을 수상한 두 개의 소설, 대상작 <관내분실>과 가작인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 담긴 소설집이다. 7개의 소설이 다 좋았다. 김초엽의 SF 소설의 매력은 상상 가능한 미래를 이야기하면서도 현실의 문제를 곱씹어보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읽고 나면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생각해 볼 만한 것들이 많아진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소수자, 비혼모, 장애인을 향한 차별, 소외 같은 것들이 해결될까?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외로움이 지금은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더 깊어지지는 않을까? 와 같은 것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백살이 넘은 안나는 다른 행성으로 멀리 떠난 남편과 아들에게 가기 위해 폐쇄된 지 오래된 우주정거장에서 더 이상 운행하지 않는 우주 셔틀을 기다린다. 남편과 아들이 살고 있는 행성은 원래 언제든 갈 수 있는 곳이었지만, 우주에서의 새로운 발견으로 그 행성으로 가는 셔틀은 폐쇄되어 버리고 만다. 그 경로는 더이상 경제적 이득이 없다는 이유로. 가족은 빛의 속도로 만 년은 가야 도달할 수 있는 곳에 있다. 이미 죽었을 지도 모른다. 생과 사를 갈라놓는 이별이 아니라면 다른 도시나 다른 나라에 있는 이를 그리워하겠지만, 미래에는 빛의 속도로 만 년이 걸리는 거리에 있는 이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생각하니 아득해졌다.
 
 
관내분실
관내분실은 사람이 죽으면 망자의 뇌를 '마인드'로 보관하는 미래를 그린다. 마치 납골당처럼. 마인드는 완전하지는 않지만 망자의 뇌를 그대로 구현하여 산 사람이 망자와 대화할 수 있다. 주인공은 엄마의 마인드가 관내분실된 것을 알고 엄마의 기억을 되찾아간다. 관내분실이라는 것은 데이터에는 있지만 찾을 수가 없는 상태다. 그래서 엄마의 데이터를 찾으려면 엄마만의 기억이 담긴 물건이 필요했다. 산후우울증을 겪은 엄마와 관계가 불행했던 주인공은 엄마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는 걸 깨닫는다. 엄마는 살아있을 때에도 세계에서 '분실되었던 것'이다. 출산과 육아를 겪는 여성이 세상과 단절되고 외로움을 느끼는 지금의 현실이 겹쳐 읽혔다.
 
 

 
p340
언젠가 우리는 지금과 다른 모습으로 다른 세계에서 살아가게 되겠지만, 그렇게 먼 미래에도 누군가는 외롭고 고독하며 닿기를 갈망할 것이다. 어디서 어느 시대를 살아가든 서로를 이해하려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싶다.

 

 

+ 이 책의 아름다운 표지는 '류드밀라의 행성'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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