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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에이징 솔로 - 김희경, 혼자로도 충분한 에이징 솔로의 삶

by 민히 2023. 7. 21.

에이징 솔로
Aging Solo
김희경 지음


 

전체 가구의 3분의 1이 1인 가구. 그중에서 다시 약 3분의 1이 40~64세 중년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만큼 혼자 사는 중년이 많다는 의미다. 가족을 만드는 게 필수가 아니라 그저 선택인 세상인데, 그런데도 여전히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사람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 특히 시대가 바뀌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옛날 시대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이 그렇다. 
 
 

전체 가구의 3분의 1이 넘을 정도로 흔한 삶의 유형이 여전히 사회적으로 비정상, 소수, 비주류처럼 이야기되는 것은 무언가 이상하지 않은가.

혼자 사는 게 과도기적 상태가 아니라 삶의 기본값인 사람들이 나이 듦이라는 과제를 함께 직면하고 있다.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는 가지각색이다. 가부장적인 문화가 싫어서,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남자를 만나지 못해서, 아예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조차 없어서, 꿈을 이루기 위해 달리다 보니 혼자 사는 게 편해서, 결혼했다가 이혼한 사람들 등 혼자 사는 이유는 다양하다.
<에이징 솔로>는 혼자 사는 '중년 비혼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다. '혼자로도 충분한 에이징 솔로의 삶'을 담는다. 중년 비혼 여성들은 자신의 삶에 자신감이 넘치며 삶이 점점 더 나아진다고 믿는다. 시간의 우선순위가 온전히 자기 자신에게 달려있고 자기주도적인 삶을 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혼자 사는 여성을 그저 결혼하기 전 임시 상태로 본다. 혼자 잘 챙겨 먹지 못하고 외로울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 '혼자 잘 지내는 나이 든 여성'이라는 개념이 없는 것이다.
비혼 여성의 어려움은 확실히 있다. 기혼자들에 비하여 노후 대책 마련이 어렵고 각종 경제적 혜택을 받기 어려운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그러나 그들은 혼자 살지만 결코 혼자 사는 게 아니다. 또래 여성들보다 활발하게 사회에 참여하고, 기혼자들이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나누는 관계를 1인 가구는 이웃과 우정에서 얻는다. 책에서 소개된 전주의 '비비'처럼 혼자 사는 여성들의 공동체도 만들어지는 등 전국에서 움직임이 활발하다. 
혼자 사는 삶도 그 자체로 하나의 삶의 모습이다. 나도 오랫동안 혼자 살았었고 혼자 사는 순간이 결혼하기 전 잠깐 혼자사는 거라고 생각한 적은 단 한순간도 없었다. 그 자체로 내 삶이었다. 주변에도 결혼을 하고 싶은 사람이든, 비혼주의자든 혼자 사는 분들을 보면 자신만의 세상에서 행복한 삶을 누린다. 결혼한 사람과 결혼하지 않은 사람으로 세상을 나누는 건 더 이상 현실에 맞지 않다. 비혼자의 삶이 더 좋은 것도 아니고 기혼자의 삶이 더 좋은 것도 아니다. 그냥 다른 삶의 방식일 뿐.
 
이 책에서는 비혼 여성의 삶만 다루고 있어 혼자 사는 남성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 걸까 궁금해졌다. 세상에 백 명의 사람이 있으면 사는 모습은 백 가지만큼 다양하다는 것, 그러니까 내 기준에서 상대의 삶을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하며, 결혼해서 누군가와 친밀한 삶을 나누고 있는 나의 생활도 새로운 관점에서 보게 됐다.

반성도 했다. 나도 모르게 혼자 지내는 사람들은 밥을 잘 못 챙겨먹을 거라고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나도 혼자 살 때 정말 잘 챙겨 먹었고, 내 주변 사람들도 혼자 사는 사람들이 둘이 사는 나보다 더 잘 챙겨 먹는다. 무의식 중에 나도 모르게 믿고 있는 것들을 조심해야지. 사람들은 혼자서도 잘 지낸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캐럴라인 냅이 '명랑한 은둔자'에서 말하는 고독.

 

생각해보면 친한 사람도 몇 년을 기준으로 바뀌는 것 같다. 변함없이 쭉 만나는 친구도 있지만, 7년 전의 친한 사람과 지금 주로 연락하며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다르기도 하다. (지난 7년간 참 많은 일이 있었네!) 7년 후의 나는 또 어떤 인연을 만났을까!

 

 

p168

서로의 꼴을 봐주는 것. 서로 신세 지는 것을 받아 주고 나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마음.

 

나는 이게 진짜 어려웠다. 남에게 폐를 끼치고 도와달라고 말하는 게 어려웠다. 근데 웃기게도 결혼식을 하면서, 이건 결코 혼자 힘으로 잘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주변 사람들에게 폐도 끼치고 도움도 요청하는 방법을 배웠다. 내가 타인에게 폐를 끼칠 수 있어야 타인이 내 도움을 필요로할 때 내가 흔쾌히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것도 배웠다.

일할 때도 마찬가지. 팀이 있는 이유는 혼자 다 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 일만 잘한다고 될 게 아니라 서로 공유하고 도와주는 것. 이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

 


 

 
에이징 솔로
정상가족 해체, 비혼 인구 증가, 비친족 가구 확대 … 우리에게는 새로운 삶의 모델이 필요하다! 1인 가구 시대, 비혼 중년의 삶을 조명하다 『에이징 솔로』. 기존의 가족 모델이 해체되고 있다. 이제 1인 가구(2021년 기준 전체 가구의 33.4%)는 ‘정상가족’이라 불리는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가구(29.3%)보다 많다. 가파르게 상승하는 1인 가구를 둘러싸고 여러 전망이 쏟아지는 가운데, 국내의 1인 가구 정책과 담론은 “청년은 미혼, 중년은 이혼, 노년은 사별”로 요약된다. 20·30대 싱글의 당당한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콘텐츠와 이혼·사별로 혼자가 된 중·노년 1인 가구를 위한 고독사 대책들 사이, 일찍이 ‘혼자’를 선택해 20년 이상 스스로 삶을 꾸려온 비혼 중년은 이야기는 공백이다. 하지만 중년 1인 가구는 이렇게 있는 듯 없는 듯 취급될 존재가 아니다. 중년 1인 가구는 전체 1인 가구의 37%를 차지할 정도로 이미 많다. 또한 비혼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한 청년 세대를 감안하면(「2020 가족실태조사」에서 20대의 52.9%, 30대의 52.7%가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겠다고 밝혔다), 홀로 나이 들어갈 40·50대 ‘에이징 솔로Aging Solo’는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40·50대 비혼 중년이 경험하는 생애 주기와 나이 듦의 여정이 머지않아 삶의 ‘표준’ 모델로 자리할 수 있다. 지금, 에이징 솔로에 주목해야 할 이유다. 『에이징 솔로』는 1인 가구 논의에서 공백이었던 비혼 중년의 삶을 조명하는 책이다. 저자는 혼자 살아가는 비혼 중년으로서, 자신처럼 혼자 사는 40·50대 비혼 여성 19명을 만나 한국 사회에서 결혼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 외로움에 대처하고 친밀감을 만들어 가는 방법, 노후를 준비하는 여정에 관해 대화를 나누었다. 제각기 다채롭고 풍성한 에이징 솔로의 이야기는 혼자 나이 들어가는 모든 이들이 참고할 지침서이자, 1인 가구 집단과 1인 가구 사회를 이해하는 데 가장 정확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저자
김희경
출판
동아시아
출판일
2023.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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