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집중력
요한 하리
휴대폰에 많은 시간을 낭비하는 현대인이라면 '도둑맞은 집중력'이라는 제목의 책에 누구라도 자연스럽게 손이 갈 것 같다. 나 역시도 무의미하게 휴대폰을 하며 보내며 낭비하는 시간이 많아 어떻게 하면 불필요하게 쓰는 시간을 줄일 수 있을까 고민하기 때문에 이 책의 존재가 무척 반가웠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속도가 너무 빠르다. 필요하지도, 소화할 수도 없는 양의 정보가 빠른 속도로 유통되고 있고 그 속에서 "우리는 정보에 절여졌다.". 소셜미디어는 이런 빠른 속도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고 우리의 집중력은 점점 떨어지게 된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휴대폰이나 SNS가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사람들은 더 오래 깨어있어야 했고 더 많은 정보를 받고 있었으며 주변의 방해에 취약해졌다.
우리의 집중력이 저하된 것은 개인의 책임이라기보다 시스템 문제가 더 크다.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시스템 자체가 우리의 집중력을 저하시키고 있다면 개인이 아무리 발버둥쳐도 집중력 개선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시스템 문제를 이해하려면 테크 기업의 수익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테크 기업은 사용자들에게 광고를 노출시켜 돈을 벌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다. 궁극적으로는 개인의 취향, 성격, 의사결정 구조, 관심사 등 한 사람의 모든 것에 대한 데이터를 기업에게 파는 것이 목적이다. (거대 IT 기업에 내 취향을 똑닮은 인형(?) 같은 게 있다고 생각하면 소름 끼친다. 페이스북이 사용자의 휴대폰 카메라에 접근을 할 수 있도록 시도하는 것도. 거실에 둔 구글 스마트 스피커도 우리의 대화를 다 듣고 있겠지?)
이런 데이터를 확보하려면 사용자가 서비스를 오래 이용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알고리즘을 이용한다. 재밌는 것은 알고리즘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알고리즘은 그저 사용자들이 해당 서비스에 더 오래 머무는 방향으로 작동하는데, 사람들은 자극적인 콘텐츠에 쉽게 중독되기 때문에 점점 더 자극적인 콘텐츠가 나오는 악순환이 펼쳐진다. 페이스북은 세상을 연결한다고 했지만 우리는 진짜 연결되었나?
저자는 집중력 저하에 대한 해결책으로 개인적 노력과 동시에 시스템의 개선을 강조한다. 멀티태스킹의 위험을 경고하고 수면의 중요성을 말한다. 스트레스가 얼마나 집중력에 치명적인지 알려주고 생각이 배회하도록 내버려둬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에게는 휴식가 휴일이 더 필요하다고도 한다. 이와 동시에 집중력 저하라는 문제를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서로 연대하여 테크 기업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서비스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서비스를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사회의 모습을 달라질 것이다.
우리 사회는 느리게 사는 삶에 대해 죄책감을 가지게 만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 느리게, 천천히 살기
2) 더 많이 자고 충분히 휴식하기(죄책감 없이!)
3) 내가 몰입할 수 있는 것을 찾고, 무의미한 것을 삶에서 줄여 나가기
우리가 점점 더 삶을 속독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정보에 절여졌다.
문장들
p37
자신이 실수를 할 수 있고 유혹 앞에서 쉽게 무너진다는 것을 안다.
> 내 한계를 깨달아야 나아질 수 있고 그에 맞는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p43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것들을 옆으로 치워두면 그동안 내가 어디로부터 주의를 돌리고 있었는지도 알 게 될 거라고 말했다.
p51
우리는 정보에 절여지고 있다.
p52
우리는 자신이 노출되는 정보량의 엄청난 팽창과 정보가 들이닥치는 속도를 아무런 대가 없이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건 착각이다. 우리는 점점 진이 빠지고 모든 차원에서 깊이를 희생하고 있다.
빨리 읽을수록 이해하는 내용은 적다.
p55
우리가 점점 더 삶을 속독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점점 더 적은 정보만을 받아들이며 여기에서 저기로 허겁지겁 건너뛰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p62
새로운 생각과 혁신은 뇌가 보고 듣고 배운 것에서 새로운 연결을 만들 때 나온다. 방해받지 않는 자유로운 시간이 주어지면 우리의 정신은 자동으로 그때까지 흡수한 모든 정보를 돌아볼 것이고, 그 정보들 사이에서 새로운 관련성을 끌어낼 것이다.
>맞다. 창의력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내가 아는 것을 서로 연결할 때 만들어지는 것이다.
멀티태스킹은 컴퓨터 용어였다. 인간을 묘사하는 단어가 아니다.
p301
갈수록 빨라지는 속도의 토대 위에 있는 문화에서 속도를 줄이기란 힘든 일이며, 우리 대다수가 그렇게 할 때 죄책감을 느낄 것이다.
p326
우리는 극도로 개인주의적인 문화에 살고 있다. 이런 문화 속에서 우리는 자신의 문제를 개인적 실패로 받아들이고 개인적 해결책을 찾으라고 끊임없이 압박받는다. 집중할 수 없는가? 가난한가? 과체중인가? 우울한가?
(사실은 구조의 문제인 것을 개인적 문제로 축소시킨다.)
#휴식의중요성
마침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읽은 휴식의 중요성에 대한 기사. 더 적극적으로 휴식과 휴일을 사수해야지. 사람은 쉬어야 창의력이 회복된다.
https://www.wsj.com/articles/your-summer-vacation-can-help-your-career-d1dced72
이 책은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나는 개인적 경험과 과학적 연구가 어우러진 이런 사회과학 책을 좋아한다. 탄탄한 논리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사회 현상을 분석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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