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 황선우 x 김혼비

by 민히 2023. 8. 26.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

황선우 x 김혼비

 

 

 

좋아하는 김혼비 작가의 신작을 읽는 기쁨. 김혼비 작가님의 책이라 골랐지만 밑줄 그은 문장은 황선우 작가님의 문장이 더 많았다. 생활과 문장에 삶의 노련함이 묻어나 있는 황선우 작가님. 이렇게 또 황선우 작가라는 세계를 만나고 이끌려 간다.

 

이번 총총시리즈는 황선우 작가와 김혼비 작가가 2022년부터 2023년 사이 사계절이 지나가는 동안 주고 받은 서간문을 꾸린 것이다. 수신인을 떠올리며 쓰는 편지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일하고 일상을 돌보는 두 여성의 삶을 보며 내가 보고 따를 수 있는 인생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은 기분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여유 있게 삶을 챙길' 줄 아는 황선우 작가의 노련함과 계절을 맞이하는 게 아니라 계절로 들어가는 김혼비 작가의 다정함과 유쾌함.(벽시계를 가방 안에 넣고 외출했다는 에피소드에는 나도 모르게 소리 내어 웃어버렸다.)

 

나는 멀티를 못해서 한 번에 여러가지 일을 못하는 성격 덕분인지 아직까지는 번아웃을 느껴본 적이 없는데, 김혼비 작가는 번아웃의 증상으로 집중을 할 수 없다고 했다. 해야할 일들이 끝나지 않고 계속 쌓여서 더 큰 번아웃을 겪게 된다고 했다. 휴식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무리하지 않는 선을 알 수 있다면. 황선우 작가의 "일상의 항상성을 지키려면 계속 변화를 주어야 합니다. 일-일-일-일이 아니라 일-쉼-일-놂이 될 때야 비로소 그런 변화의 리듬이 만들어지죠.(p75)"라는 말이 일상 중간중간에 떠올랐다. 일상을 지키려면 오히려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

 

한바탕 비가 쏟아지고 나니 공기가 조금 식은 느낌이 나는 게 이제 여름의 끝자락이다. '계절이란 내가 그 시공간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는 김혼비 작가의 말이 떠오른다. 계절을 만들어가는 자세로 여름의 마지막을 내 식대로 즐겨봐야지.

 

 

/

/

/

문장들

 

p9

게다가 글에 붙들린 것은 한 시절의 일부일 뿐, 사람은 계속 흘러 변화하지요.

 

p202

역시 계절이란 제가 그 시공간으로 그냥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나가는 것인가봅니다.

 

p216

'당연히 최선을 다하겠지만 죽을 만큼 최선을 다하지는 않는 것'을 실현하는 여러 방법이 있을텐데, 그 중 '함께 나눠서 하는 것'도 있다는 것을, 꼭 물리적인 몫의 나눔이 아니더라도 함께 꾸준히 일상을, 웃음을, 마음을 나누는 것도 있다는 것.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