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보내지 마, 가즈오 이시구로
NEVER LET ME GO
"들었으되 듣지 못했다"
이 문장으로 오래 기억에 남을 소설이었다.
육아하면서 책 읽을 시간이 많이 없었는데 장편소설이 너무 읽고 싶었다. 사놓고 안 읽은 책 중에서 <나를 보내지 마>를 골라서 읽었다. SF소설이라 그냥 재밌게 읽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SF소설이긴 한데 SF소설 같지 않은 스토리였다. 그러니까 SF소설이 맞긴 한데 사건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전개되는 게 아니라 인물의 기억과 생각, 감정을 따라 스토리가 진행되고 그 생각과 감정이 엄청나게 섬세해서 내 예상과 완전히 달랐다. 이게 <나를 보내지 마>가 특별한 이유가 아닐까.
들었으되 듣지 못했다, 이건 인물들이 자신의 존재 이유를 알면서도 그것에 대해 생각하기 보다는 생각하기를 회피하는 상황을 보여주는 말이다. 나도 이렇게 회피하는 순간들, 그러니까 알면서도 깊게 생각해보지 않고, 생각할수록 상처받을까봐, 생각하는 게 두려워서 피하는 순간들이 있기 때문에, 이 문장을 읽고 정곡을 찔린 듯했다.
p146
너희는 사태가 어떻게 될 건지 듣긴 했지만, 아무도 진짜 분명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 너희가 앞으로 삶을 제대로 살아 내려면, 너희 자신이 누구인지 각자 앞에 어떤 삶이 놓여 있는지 알아야 한다.
책을 읽어나갈수록 절망적이었다. 스토리는 희망이 보이지 않고 절망 그 자체였지만 인물들의 섬세한 감정 묘사가 인상적인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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