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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나주에 대하여 - 김화진,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일

by 민히 2023. 10. 19.



타인을 유심히 관찰하는 일.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일. 그리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일에 대한 소설집이었다.

이렇게 섬세하게 사람의 마음을 표현한 소설은 오랜만이다. 나와 비슷한 마음도 있었고 다른 마음도 있었다. 이런 마음을 모두 쓴 작가는 대체 얼마나 넓고 섬세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까.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은, '해본 것은 더한다.'
 
 
 
그리고 소설집 못지 않게 박혜진 문학평론가의 해설과 작가의 말이 인상적이어서 몇 번씩 읽었다. (박혜진 문학평론가의 해설은 김연수 <이토록 평범한 미래>에서 처음 읽고서 푹 빠졌다. 이번에도 역시...!) 마음은 때로 천국이고 주로 지옥이라든지, 그때의 최선에 대해 변명하고 싶지 않다든지, 이런 문장이 기억에 오래 남았다.
 
 
박혜진 문학평론가는 AI가 사람보다 잘할 수 없는 것이 '마음'이라고 했다. 마음은 규칙이라는 것이 없기에 AI가 학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사람이 마음에 대해 잘 아는가? 타인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이해하는 것을 잘 하는가? 또 그건 아니다. 그래도 <나주에 대하여> 소설집에 나온 모든 인물들은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열정을 가진 인물이다.


내향인을 바라보는 외향인의 마음이라든지, 타인의 마음을 이해해보려고 애쓰는 사람, 내 마음을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사람. 이 글은 온통 마음에 대한 이야기였다. 작가는 소설을 쓸 때는 못 생긴 마음들에 대해서 쓸 수 있어서, 솔직해질 수 있어서, 그래서 소설이 좋다고 했다. 예쁜 마음이든 못생긴 마음이든 이렇게 마음을 들여다볼 줄 아는 사람들의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니까 느슨해지고 넉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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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들

나주에 대하여

p62-63
자기 공간을 소중히 하는 사람들. 오롯한 혼자를 내버려둬야 하고 스스로가 세운 원칙을 존중받아야 해서… 스스로를 내향적이라고 소개하며 절대 뭔가를 제안하지 않는 사람들. 같이 저녁 먹을래요? 시간 되면 볼래요? 하는 말을 주로 듣는 쪽인 사람들.
조심스럽고 조용한 성정.


꿈과 요리

서로 다른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며 하는 생각들은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p89
그 사람이 쓰는 사물은 그 사람과 닮았다.

p95
조용히 혼자서 결정하고 결정한 것을 살아가지 않고 아직도 흔들린다는 말을 저렇게 푹 빠져서 하다니. 우리는 곧 서른이고 어른인데.

 

근육의 모양

p150
흉터가 아니라 근육이야.

해본 것은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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