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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기록

너의 실패를 축하해! (이소은, 그리고 브레네 브라운)

by 민히 2022. 5. 1.

'실패'와 '축하'를 한 문장에 담는다는 것

얼마전 유퀴즈에 이소은이 나왔다. 원래 가수로 유명했고 지금은 미국에서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가수로 활동하다가 완전히 다른 분야, 로스쿨, 그것도 해외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는 것에 도전한 그녀는 대단하다. 하지만 내가 유퀴즈에서 보고 놀란 것은 이 대목이 아니다. 나에게 충격을 준 것은 그녀의 어머니가 보낸 편지였다.

그녀는 미국에서 로스쿨을 다니며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생전 꼴등이라고 해본 적 없는 사람이 시험에서 꼴찌를 하는 등 인생의 쓴맛을 보고 있었는데, 그런 그녀에게 그녀의 어머니는 "너의 실패를 축하해"라고 쓰여진 카드와 목걸이를 선물했다. 실패를 축하한다고 말할 수 있는 그녀의 어머니는 대체 어떤 분일까? 실패를 축하한다며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는 마음, 한걸음 물러나 인생의 전체를 내다볼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사람은 과거에 어떤 경험을 했을까? 자식에게 그런 위로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실패를 축하한다. '실패'라는 단어와 '축하'라는 단어를 한 문장에 쓸 수 있구나. 나는 이게 충격 그 자체였다. '실수해도 괜찮아. 이번엔 실패했지만 다음에는 더 잘 할 수 있을거야.' 같은 위로의 말은 많지만, 실패를 축하한다니. 새로운 시각이 열리며 머리에서 핑 소리가 났다.

얼마전 읽은 <타이탄의 도구들> 책에서 '나를 바꾸는 용기', 'Rising Strong' 등의 책으로 유명한 작가 브레네 브라운(Brene Brown)에 대한 글을 읽었다. 브레네 브라운은 취약성에 대해서 말한다. 오늘도 흠씬 두들겨 맞겠다는 각오로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고. 인생을 바꿀 만한 용기는 실수를 하고 한계를 겪을 각오로 뛰어들어야 가질 수 있다고. 용기=취약성. 내가 한계를 내보여야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다는 게 아이러니하기도 하지만 결국 맞는 말이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뛰어들어야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

이소은은 실패 이력서를 쓴다. 말그대로 지금까지 도전해서 실패한 것들을 나열한 이력서다. 이 이력서를 화려하게 만들려면 실패를 많이 해야한다. 그리고 실패를 많이 했다는 것은 그만큼 도전을 많이 했다는 의미다. 실패를 긍정하고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 성장의 디딤돌로 만드는 그녀의 관점이 대단하다. 실수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

나는 스스로에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리고 주변 사람에게 실패를 축하한다는 말을 해줄 수 있을 정도의 사람이 되고 싶다. '실패를 축하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진심으로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특히 나에게 이 말을 자주 해주고 싶다.

"너의 실패를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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