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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니콜 크라우스 <사랑의 역사>, 전쟁으로 인생이 통째로 뒤집혀버린 사람들의 사랑의 역사

by 민히 2023. 1. 15.

 

 

니콜 크라우스, 사랑의 역사

The History of Love

 

전쟁으로 인생이 통째로 뒤집혀버린 사람들의 사랑의 역사

 

 

요즘 소설 읽을 일이 많다.

지인이 추천해 주는 책은 꼭 읽는 편인데 요즘따라 대부분 소설을 추천해 준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추천하는 책은 궁금해서 얼른 읽고 싶어 진다. 게다가 니콜 클라우스의 이 책은 표지마저 너무 예뻐 스르르 끌려서 집어 들었다.

 

니콜 크라우스의 <사랑의 역사>는 세 사람의 인생이 만나는 이야기다.

 

1번. 어린시절 같은 동네에 살던 소녀를 사랑한 소년, 레오 거스키. 그는 열 살에 만난 소녀에게 반했고, 열한 살에 둘이 키스를 했으며, 열일곱 살에 사랑을 나눴다. 그리고 나치의 유대인 학살이 시작되자 소녀의 아버지는 돈을 긁어모아 소녀를 미국으로 보냈고, 소년은 숲으로 도망갔다. 전쟁이 끝날 때까지 숲, 구덩이, 지하 창고를 전전하며 오직 소녀만은 생각하며 버텨냈다. 3년을 버텼다. 

 

2번. 어린 시절 아빠를 잃은 소녀의 이야기. 남편을 잃은 아내, 아빠를 잃은 아이들이 상실을 겪어내는 이야기. 

 

3번. 그리고 레오 거스키가 죽었다고 생각하며, 그의 글을 자신의 이름으로 출판해버린 즈비의 이야기. 

 

이 책은 남녀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폴란드 이민자들의 이야기다. 2차 세계대전으로 인생이 통째로 뒤집혀버린 그들의 역사, 그들의 사랑의 역사였다. 3명의 이야기가 소설 후반부에 마법처럼 이어지는데 몰입해서 정신없이 읽었다. 

 

 

 
사랑의 역사
2005년 출간 당시 전 세계에 니콜 크라우스라는 이름을 선명히 각인시킨 화제작이자, 그로부터 십 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꾸준히 읽히며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소설 『사랑의 역사』를 문학동네에서 새로운 번역과 장정으로 선보인다. 이 작품은 현재 미국 최고의 소설가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한 니콜 크라우스의 두번째 장편소설로, ‘사랑의 역사’라는 제목의 책을 매개로 얽히고설킨 인물들의 삶이 아름답고 애절하게, 때로는 생기 넘치고 유머러스하게 펼쳐진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위대한 문학이 오늘날에도 쓰이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엘리자베스 버그, 소설가)라는 찬사를 들으며, 독창적인 목소리와 탁월한 재능을 인정받아 오렌지상 최종 후보(2006)에 올랐고 윌리엄 사로얀 국제 집필상(2008)을 수상했다. 앨리스 먼로, 이언 매큐언, 윌리엄 트레버 등의 작품을 번역한 민은영은 유려하고도 정확한 번역으로 이 소설의 아름다움을 한국어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사랑의 역사』는 한마디로 삶의 끝을 기다리는 노인과, 삶의 시작을 기다리는 소녀 사이에 이어진 길고 단단한 끈에 관한 이야기다. 나치 독일에 의해 폴란드에 있던 집과 가족을, 목숨처럼 사랑했던 소녀를 잃고 미국으로 망명해 수십 년을 홀로 살아온 팔십대 노인. 그리고 세상을 떠난 아빠가 오래전 엄마에게 선물한 책의 여자 주인공에게서 이름을 받은 열네 살 소녀. 그들은 각자의 인생을 관통하는 물음에 답하기 위해 애쓰는 과정에서 어느새 서로를 향해 조금씩 다가가기 시작한다. 평생 거듭된 상실 속에서 텅 비어버린 노인과 이제 비로소 마음속에 새로운 감정과 깨달음을 차곡차곡 쌓아가기 시작한 어린 소녀는 세상에서 가장 멀리 있는 존재들처럼 보이지만, 소설의 끝에서 드러나는 거대한 사랑의 역사 속에서 이들은 서로의 원인이자 결과이며 누구보다 긴밀하게 엮인 존재들이다. 작가는 우연인 듯 운명인 듯 하나의 지점을 향해 흘러가는 여러 갈래의 삶을 아우르며, 사랑의 인력으로 맺어진 인연의 매듭을 촘촘히 더듬어나간다. 다만 그 손끝이 닿는 곳은 확신과 행복에 찬 견고한 마음이 아니라 수많은 흠집과 흉터로 너덜너덜해진 연약한 마음이다. 소설은 스스로를 비하하고 삶을 조소하는 짓궂지만 애처로운 노인의 목소리로, 때로는 당차고 발랄하고 속 깊은 소녀의 목소리로, 그 부서진 마음의 형태와 질감을 세심하게 기록한다. 오직 사랑을 말하기 위해 사려 깊게 다듬어진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언어로. 머리가 아니라 가슴에 새겨지는 그 찬란한 문장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 소설 또한 ‘사랑의 역사’의 일부로서 앞으로도 오래도록 사람과 사람을 잇는 다리가 되어주리라는 예감을, 아니 믿음을 가지게 된다.

 

저자
니콜 크라우스
출판
문학동네
출판일
2020.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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