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오, 윌리엄!>, 우리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by 민히 2022. 12. 13.

"우리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심지어 우리 자신조차도!"

 

 

OH WILLIAM!

오, 윌리엄!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Elizabeth Strout

 

 

우리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화자인 루시, 그리고 그녀의 전남편인 윌리엄, 윌리엄의 엄마 캐서린의 이야기를 통해 말한다.
하나, 우리는 타인의 경험을 결코 모른다.
둘, 사람은 자신의 뿌리, 출신, 환경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오, 윌리엄!>은 바로 이 두 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소설은 사람은 자신의 뿌리, 가정환경, 출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줄기차게 말한다. 하지만 자신의 노력, 그리고 나를 새로운 세상으로 인도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다르게 살 수 있다. 캐서린도 그랬고 루시도 그랬다. 루시에게는 윌리엄이 새로운 세상을 열어줬다.

루시는 윌리엄이 자신의 집이었다고 말한다. 나 역시도 이 느낌이 무엇인지 너무나도 잘 안다.
루시는 불우한 어린 시절로부터 벗어난다. 그리고 삶을 다시 시작한다. 누구도 자신의 출신으로부터 100%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자신을 위해, 그리고 다음 세대를 위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용기와 노력은 위대하다.

 

 

루시와 윌리엄은 이혼하고도 계속 우정 같은 관계를 이어나가는데 서로의 유년시절을 완전히 이해하고 보호해주는 모습에서 이런 게 부부인 걸까 싶게 만들었다. 서로의 치부를 알고 온전히 이해해주는 모습. 비록 이혼한 관계이지만. 영화 <조 블랙의 사랑>에 보면, 너의 비밀을 완전히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비밀을 다 보여줬는데도 사랑한다는 것, 그런 사랑의 위대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딱 그 장면이 떠올랐다. 나도 남편과 이런 관계를 평생 이어나가고 싶다.

 

 

여운이 길게 남는 소설이었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작품은 처음이었는데 여운이 무척 길게 남았다. 책을 덮고 며칠이 지나고 곱씹어 볼수록 생각할 거리가 많아지는 그런 류의 이야기였다. 특히 결혼하고 읽어서 부부란 얼마나 대단한 관계인지 더 깊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아마 내가 미혼이었다면, 인생의 동반자가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루시와 윌리엄, 루시와 데이비드의 관계가 와닿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 윌리엄!(Oh William!)
2016년에 출간되어 맨부커상 후보에 오른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장편소설 『내 이름은 루시 바턴』은 유년 시절의 지독한 가난과 소외의 기억을 간직한 채 소설가가 된 ‘루시 바턴’이라는 인물을 처음으로 소개하며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루시가 병원에서 어머니와 보낸 닷새를 그린 이백여 페이지의 이 짧지만 묵직한 이야기를 통해 루시 바턴은 ‘올리브 키터리지’에 이어 작가의 대표적인 캐릭터로 자리매김했다. 『오, 윌리엄!』(2021)은 그 루시 바턴을 화자로 삼아 쓴 두번째 소설로, 한때 루시의 남편이었고 이제는 오랜 친구인 윌리엄과 루시의 복잡하고도 섬세한 관계를 뛰어난 스토리텔링과 담담하면서도 사려 깊은 언어로 그려낸다. 이 작품은 독자와 평자들의 극찬을 받으며 “루시 바턴은 문학사에 남을 불후의 캐릭터다”라는 평가와 함께 2022년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사람들에 관해 내가 흥미를 느끼는 부분은 우리를 움직이는 감정들의 모호함, 어쩌면 스스로도 완전히 알지 못하는 우리 내면의 영역들입니다. 여러분이 루시나 윌리엄은 아니겠지만, 이 인물들이 여러분의 마음속에 닿을 수 있기를,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가 여러분의 닫힌 세상의 천장을-아주 조금이라도-들어올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_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1998년 첫 장편소설 『에이미와 이저벨』을 발표한 이후 소설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세계는 끊임없이 확장되어왔다. 그리고 스트라우트에게 세계란 곧 사람이므로, 세계의 확장은 인물을 매개로 이루어진다. 그의 모든 소설에서 인간이란 도저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이자 끝없는 경이로움의 원천이고, 그렇기에 끊임없이 탐구해야 할 영역이다. 작가의 작품 대부분이 하나의 인물이나 서사에 집중하기보다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을 그려내왔다는 점, 『올리브 키터리지』와 그 후속작 『다시, 올리브』를 포함해 『에이미와 이저벨』 『버지스 형제』 『내 이름은 루시 바턴』 등 작품 제목에 인명이 자주 등장한다는 점도 이러한 맥락과 무관하지 않다. 사랑과 상실, 기억과 트라우마, 가족의 비밀을 탐구하는 작가의 여덟번째 소설 『오, 윌리엄!』은 그 모든 기준에 들어맞는다는 측면에서 지극히 스트라우트적이지만, 동시에 보다 간명하게 정제된 언어로 인간의 내면과 삶의 심원한 영역을 예리하게 통찰해냈다는 점에서 이미 대가의 반열에 오른 작가의 새로운 경지를 보여준다.
저자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출판
문학동네
출판일
2022.10.3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