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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니나 상코비치 <혼자 책 읽는 시간>, 마법 같은 독서의 한 해

by 민히 2023. 1. 25.

 

혼자 책 읽는 시간
Tolstoy and the Purple Chair
니나 상코비치 지음

 

"책은 삶 속으로 들어가는 도피처이다."

 

 

모든 곳에서 안식을 구했지만 찾지 못했다.
다만 작은 책 한 권을 들고
구석자리에 앉아 있을 때는 예외였다.
-토마스 아 켐피스 Thomas a Kempis-

 

 

올해 '매일 읽고 쓰기' 챌린지를 하고 있다. 거창한 것은 아니고 매일 5~10분이라도 혼자 독서하는 시간을 만들고 오늘 읽은 것에 대해 인상 깊은 문장이나 떠오른 생각 등을 적는 것이다. 이 챌린지를 시작한 이유는 매일 읽고 쓰면 내 인생의 어떤 변화가 있을지 궁금했다. 나는 늘 책을 읽는 사람이었고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었지만 꾸준히 기록을 하지는 않았었다. 그러다 2년 전부터 블로그, 독서노트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기록을 하기 시작했고, '읽은 것을 매일 쓰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궁금했다.

 

독서와 글쓰기라는 내 계획으로 또 무엇이 바뀔까?
짐작할 수도 없다.

마법 같은 독서의 한 해는 시작되었다.
- 니나 상코비치 -



이런 결심을 할 수 있게 해준 책이 바로 나니 상코비치의 <혼자 책 읽는 시간>이다. 저자는 고작 40대밖에 되지 않은 친언니를 암으로 잃고 상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1년간 매일 하루에 한 권 읽기를 시작했다. 무려 매일 한 권씩 읽고 서평을 쓰는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매일 책을 읽으며 세상을 이해하고 언니의 상실과 그로부터 오는 슬픔을 온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저자는 왜 자 신이 아니라 언니가 죽었을까를 고민하며, 언니의 삶까지 대신 살기 위해 "두 배의 속도로 살고 고통을 마취시키려고 애썼지만 소용 없었다. 하루에 책 한 권씩 읽고 그에 대해 글을 쓰기로 결정했을 때 나는 마침내 달아나기를 멈추었다."

 

P43. 나는 독서를 하나의 규율로 정해두려고 한다. 독서에는 즐거움도 있는 줄은 알지만, 그래도 스스로를 어떤 일정에 맞출 필요가 있다. 그렇게 몰두하지 않으면 삶의 다른 부분들이 슬금슬금 침범해 들어와 시간을 훔쳐 가버릴 수 있다. 읽고 싶은 만큼 일지 못할 수도 있고, 필요한 만큼 충분히 읽지 못할 수도 있다. 책을 우선순위로 두지 않으면 도피는 불가능하다. 나는 1년 동안 달리지도 않고 계획도 세우지 않고 가족도 돌보지 않으려고 한다. 1년 동안 '~하지 않기'를 하려 한다.

이 책의 매력은 무엇보다 책 읽기의 즐거움에 대해서 말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주로 소설책을 탐닉하는데 다양한 이야기로부터 자신의 인생에 쓸 만한 것을 쫙쫙 흡수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편안하게 읽고 그것으로부터 하나씩 배워나가는 것. 그것이 독서의 즐거움이지 않을까!

나는 좋은 책을 만나는 행운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책을 읽을수록 나는 너그러워지고 강해지며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에 점점 더 가까워진다.

 

 

 

 

책, 인생의 구원
책이 없었더라면 내 인생은 얼마나 막막하고 나는 좌절했을까? 어디서 용기와 희망을 얻었을까?
중고등학생 시절 주말마다 친구랑 손잡고 서점에 갔다. 읽고 싶은 책들을 마음껏 펼쳐보며 읽을 책이 이렇게 많이 남아있다는 사실에 설렜다. 대학생이 되어서도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책으로 도피했다. 대학시절 어떤 겨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책을 읽었는데 그때 따뜻한 방바닥에 엎드려 제인에어를 읽었던 시간은 내 인생 최대의 사치스러운 순간으로 남아있다.
늘 책에서 희망과 답을 얻었다. 책은 내가 꾸준히 나아갈 수 있게 해주었고 어떤 고통을 겪더라도 위로가 되어주었다.

 

P35. 시릴 코널리는 "말은 살아 있고 문학은 도피가 된다. 그것은 삶으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삶 속으로 들어가는 도피이다"라고 말했다.
P112. "내게는 책들 속에서 명상하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어요. 마침내 내 삶에 대해 생각할 시간도 가졌어요."

 

 

✏️문장 모음

P149. "우리를 완성해주는 것은 타인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다."

P163. 넌 내게 중요한 사람이야. 이게 바로 사랑의 핵심이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중요해지는 것. 다른 모든 존재 중에서 내게 중요한 하나의 존재. 우리는 변해도 상관없는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제각기 고유한 방식으로 사랑받는다.

P177~178. 온갖 종류의 인간의 경험을 목격하는 것은 세계를 이해하는 데만이 아니라 나 자신을 이해하는 데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 보호만이 아니라 더 좋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약속이 곧 우리였다.

P178. 경험의 가치는 우리가 어떻게 살지, 어떻게 살지 않을지를 보여주는 데 있다.

P200. 부부를 함께 묶어주는 것은 단순한 열정 이상의 것이다. 그것은 두 사람의 대화, 여러 해에 걸쳐 이루어지며, 때로는 말로, 때로는 쓰다듬는 손길을 통해 전달되는 대화이다.

P245. 우리는 주위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통제할 수는 없지만, 그런 사건에 대한 반응에 책임이 있다. 어떻게 반응할지는 내가 선택할 문제였다. 내 반응은 내게 달려 있다. 삶이 그에게 무엇을 주는가가 아니라 삶이 주는 것을 그가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나는 2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읽은 것에 대해 쓰기 시작했다. 독서노트에도 쓰고 책에도 밑줄을 긋고 포스트잇에 느낀 점을 써서 책 페이지마자 붙여 놓기도 한다. 책을 아끼지 않고 '능동적으로' 읽으니 나에게 남는 것도 더 많아졌다.

이 책은 2023년 처음으로 다 읽은 책이었다. 2022년의 마지막과 새해를 이렇게 좋은 책과 함께 할 수 있어 행운이었다.

 

 

 
혼자 책 읽는 시간
비틀거리는 삶을 일으킨 위로와 치유의 메시지『혼자 책 읽는 시간』. 3년 전 언니를 병으로 떠나보내고 슬픔을 잊으려 했지만 만신창이였던 삶. 그러던 중 저자 상코비치는 400쪽이 넘는 소설 <드라큘라>를 읽고 처음으로 편하게 잠을 잘 수 있었다. 평소에 자신을 괴롭히던 감정들이 사라지고, 책 속에서 새로운 세계를 만났기 때문이다. 그녀는 책을 읽으면서 수많은 인물들이 생의 시련을 어떻게 헤쳐 나가는지 관찰하기 시작했다. 하루에 한 권씩, 1년 간 365권을 읽어낸 책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알려준 <고슴도치의 우아함>을 시작으로, 인생에서 해결할 수 없는 미스터리를 대하는 법을 알려준 <셀프의 살해>, 그리고 독서의 한 해가 끝날 무렵에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던 톨스토이의 <위조쿠폰>까지 담겨져 있다. 책을 통해 분노와 슬픔의 감정들을 치유해 나간 과정을 만나본다.
저자
니나 상코비치
출판
웅진지식하우스
출판일
2012.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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