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
이슬아, 남궁인
"평생 한 사람을 깊게 탐구하는 행운"
P83
이슬아 작가의 책을 읽어보고 싶었는데 이 책이 첫 시작이 됐다. 이 책을 통해 이슬아 작가님도, 남궁인 작가님의 글도 처음으로 접했다. 응급실에서 일하는 의사 남궁인의 이야기는 잠깐 숨 쉬는 것을 잊을 만큼 충격적이고 놀라웠지만 책을 덮고 기억에 남는 것은 오히려 이슬아 작가가 쓴 서간문이다.
그녀는 평생 한 사람을 깊게 탐구하는 행운에 대해 이야기했다. 함께 사는 사람을 평생 관찰하고 알아가는 노력을 '행운'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보고, 인생을 바라보는 이슬아 작가의 태도를 단숨에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묘사한 '일요일 오후'의 행복은 그 문장들을 읽는 사람마저 행복하게 만들었다. "어떤 월화수목금토요일을 보냈건 간에 일요일은 늦잠을 자고 사랑하는 사람과 밥을 지어 먹고 후식을 먹으며 <출발! 비디오 여행>을 보다가 소파에서 스르르 잠이 드는 오후"라니. 나는 이런 시간이야말로 인생 최고의 사치스러운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사치는 많아져야 하고.
이슬아 작가는 또 절 근처에 있는 집을 '전 재산을 털어' 마련하는데, 그 이유는 마치 '어디든 다녀오너라'고 말하는 부처님과 눈을 마주쳤기 때문이라고.
P256. '어디든 다녀오너라'. 그렇게 얻은 용기로 원하는 옷을 입고 원하는 사람을 만나러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하루를 보내든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면 되니까요.
P155. 무서워도 마음을 굳게 먹고 살아가는 수밖에 없어요.
P157. 청소는 제가 마음을 굳게 먹고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P156. 각별한 경험을 어디에도 발표하지 않을 때 보존되는 자유와 행복을 선생님도 아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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