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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노라 에프런 <내게는 수많은 실패작이 있다>

by 민히 2023. 2. 5.
 
내게는 수많은 실패작들이 있다(반양장)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여성 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로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줄리 & 줄리아」 등 고전의 반열에 오른 다수의 영화를 만들어낸 로맨틱 코미디의 대가 노라 에프런이 써낸 생애 마지막 에세이. 고유한 유머 감각과 노골적이리만큼 솔직한 태도, 예리한 감각으로 삶과 노년의 진실에 관한 성찰을 담아낸다. ‘여성의 나이 듦’을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사유하며, 오래 자기 분야를 개척해온, 경험이 풍부한 여성 롤모델이 요구되는 최근의 흐름에 『내게는 수많은 실패작들이 있다』의 목소리는 더없이 시의적절하게 다가온다. 이 책에서 에프런은 신문사에서 여성은 기자가 아닌 ‘우편 담당 아가씨’로만 고용되던 시절부터, 두 번의 이혼 경력보다 나이가 더욱 중요하게 자신을 규정하는 노년에 이르기까지, 인생 전체를 반추하면서 그 속에서 얻은 통찰을 명료하고도 유머러스하게 풀어놓는다. 신체적인 변화뿐 아니라 점점 흐릿해져가는 기억력, 부모에 대한 깊은 애증, 가까운 친구의 죽음, 새로운 기술을 향한 환호와 불만, 실패의 경험과 인생의 아이러니, 요리와 영화에 대한 세련된 취향과 낭만적인 경험 등을 웃음을 머금고, 때론 마음 저릿하게 되돌아본다. 누구도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그만의 따듯한 유머 감각은 눈물 나도록 웃기면서도 단순한 냉소나 자기비하가 아닌, 삶에 대한 사랑과 여유를 품고 있다. 또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일생을 살아내고 자기 삶을 숨김없이 직시하는 이의 전리품이라 할 날카로운 통찰로 가득하다. 젊은 여성 에세이스트나 남성 에세이스트가 따라올 수 없는 품격과 취향, 자유로움의 일면이기도 하다.
저자
노라 에프런
출판
반비
출판일
2021.11.12

 

 

내게는 수많은 실패작이 있다

I remember nothing and Other Reflections

노라 에프런

Nora Ephron

 

 

 

노라 에프런, 그녀의 이름 자체가 하나의 장르이다. 그녀는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줄리&줄리아>까지 헐리우드의 대표적인 로맨틱 코미디를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나는 <줄리&줄리아>를 무척 재밌게 봐서 올해하고 있는 나만의 독서 챌린지의 이름도 '365 days to go'로 지었다. 매일 365에서 숫자가 1까지 줄어들 것이다.

<내게 수많은 실패작이 있다>는 노라 에프런의 에세이 모음집이다. 로맨틱 코미디를 쓴 시나리오 작가답게 자신의 삶도 유쾌하게 관찰한다. 여성의 삶과 나이듦에 대하여. 특히 이혼에 대해서, 나이 든다는 것에 대해서.

나이 든다는 것
이 책의 원서 제목은 'I remember nothing and other reflections'다. 그녀는 노화 때문에 자꾸 잊어버린다. 영화 제목이 기억이 안 나고 과거에 있었던 중요한 순간들마저 가물가물하다.

P11
잊어버린 것은 영원히 사라진 것이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도 말했다. 자신이 기억하는 것이 바로 자신의 삶이라고.

P18
어떤 점에서는 내 삶이 나 때문에 낭비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기억을 못 한다면 누가 기억을 해줄 것인가? 과거는 신기루처럼 손아귀를 빠져나가고, 현재는 감당하기 어렵게 늘 내 앞에 서 있다. 그것을 따라잡기가 버겁다.

P21
(놓쳐버린 말을 찾기 위해서는 그냥 구글로 가서 찾아오면 끝이다) 하지만 자기 자신의 삶을 찾아올 수는 없다.

P197, 200
나는 늙었다. 나는 예순아홉 살이다.
내 앞에 좋은 시절이 단 몇 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깨달음은 어떤 강력한 힘을 불러일으켰다. 나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내가 매일매일 정말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애썼다.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나는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하고 자문해 보았다. 나는 목표를 낮췄다. 쉐이크쉑에서 나온 얼린 커스터드와 공원 산책이라면 나의 완벽한 오후로 충분하다.

 

 


이혼에 대하여
이 책은 그녀가 대학을 졸업하고 잡지사 기자, 시나리오 작가, 영화감독으로 일한 경험을 읽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이렇게 완벽한 인생을 사는 것처럼 보였던 그녀도, 사실은 여러가지 아픔이 많았다. 그녀는 두 번 이혼하고, 세 번째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 이혼했다는 전력은 그녀의 삶에서 아주 오랫동안 중요한 사건이었고 아이들이 다 자라고 전남편과 연락할 일이 없어지고서부터는 더 이상 중요한 일이 아니게 됐다. 나이 든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됐다. 그녀의 철학은 "털고 일어나자."라고 했다.

아주 멋진 커리어를 가진 그녀가 자신의 이혼, 부모님의 알코올중독, 노화 등 아주 개인적이고 솔직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 모든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도 인샂억이었다. 이것이 바로 그녀만의 매력이고, 이 매력이 영화에 드러난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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