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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에이미와 이저벨>, 삶은 계속된다

by 민히 2023. 2. 12.

 

Life is going on and on
 
에이미와 이저벨

Amy and Isabelle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에이미와 이저벨(양장본 Hardcover)
우아하고 아름다운 문체, 삶의 내밀한 곳까지 가닿는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퓰리처상 수상작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데뷔작 『에이미와 이저벨』. 이 책은 사랑과 증오가 공존하는 엄마와 딸 사이의 복잡 미묘한 심리를 섬세하게 다루면서, 그들이 맞이하는 위태로운 한 계절을 그리고 있다.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둘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은 뜨겁고 느른한 여름 공기 속에서 가차 없이 그려진다. 차곡차곡 쌓아올려진 감정들이 그 임계점을 넘으면서 폭발하는 순간의 미묘한 뉘앙스들을 스트라우트는 더없이 탁월하게 묘사해낸다. 구두공장 사무실에서 비서로 일하는 이저벨. 그녀에겐 이제 열여섯 살이 된 딸 에이미가 있다. 꼼짝 않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그 여름, 대기가 쌀쌀한 황금빛을 품기 전까지, 그들은 그 누구보다 뜨겁고 힘겨운 한 계절을 보내는데……. 소설의 큰 줄기는 에이미와 이저벨을 중심으로 이루어지지만, 작가는 그들 주위의 인물 하나하나에도 생명력과 온기를 불어넣는다. 에이미와 이저벨은 가혹한 여름을 견디며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한 계절을 보낸다. 그 계절을 지나면서,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고립시켰던 두 사람은 조금씩 세상과 손을 잡는다. 그리고 그들이 세상과 손을 잡기까지는 친절한 마음으로 그들을 바라봐주는 사람들이 있었음을 작가는 보여준다. 타인의 슬픔에 기꺼이 손 내밀어주는 사람들이 언제나 곁에 있었음을 말이다.
저자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출판
문학동네
출판일
2016.05.27

 


30대 초반의 엄마, 이저벨
10대 딸, 에이미



이저벨은 10대에 에이미를 낳고 미혼모로 혼자 딸을 키웠다.
억압된 삶, 늘 긴장된 상태로 삶을 살았다.


이저벨과 에이미는 서로 밖에 없었지만,
서로에 대해 잘 몰랐다.
한 지붕 아래에 살면서
이토록 서로를 모를 수 있는 것이 가족이다.



'세상으로부터 고립된 채 사는 엄마는 세상을 모른다!'며
엄마를 비난하는 에이미의 말을 듣고,
이저벨은 세상으로 나가려고 한다.
친구를 만들고 사람을 가까이에 하려 한다.




그리고 친절 덕분에 이저벨도 마음을 연다.




P502

그녀에게 친절이란 신이 만든 가장 좋은 선물이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의 내면에 저마다 친절이라는 능력이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신의 업적이었다. 지금 아래층에 있는 여자들은 오늘 그녀에게 얼마나 친절했는가! 그렇다. 사람들은 그렇게 친절할 수가 있다.



이저벨은 친구가 생기고,
진짜 자신의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자신만이 간직한 비밀을 털어놓게 되자,
"순수한 자유"를 느낀다.



그리고 그제서야 자신과, 딸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이저벨은 스스로 묻는다.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했지?"

 


그리고 에이미에게도.
"에이미, 넌 누구니?"

 


무더운 여름날,
에이미와 이저벨에게 닥친 시련도,
한순간으로 결국 지나간다.

 
 

 
 
 

P507
조난당한 여자들이 있는 이 공간에는 어제도 오늘도 친절함이 존재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 간직해야할 비밀은 남아 있었다. 하지만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계속 나아갈 뿐이다. 사람들은 계속 나아간다. 수천 년 동안 그래왔다. 누군가 친절을 보이면 그것을 받아들여 최대한 깊숙이 스며들게 하고, 그러고도 남은 어둠의 골짜기는 혼자 간직하고 나아가며, 시간이 흐르면 그것도 언젠가 견딜 만해진다는 것을 안다. 도티, 베브, 이저벨 모두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것을 알고 있었다.



그날 아침 에이미의 옆에 누워 블라인드의 가장자리로 환한 빛이 새어들어오는 모습을 보면서 이저벨은 뭔가 시작되려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항복하고 단념하고 내려놓는 느낌이었다. 정확히 뭐였을까?
 



셜리폴스 마을에 사는 인물들에게는
모두 제각각 사연이 있다.
그들은 굳건히 계속해서 살아나간다.



삶에는 이런 저런 일이 일어나고
저마다 각자 몫의 삶을 살아나가고 있다.

 


여기서, 김연수의 <이토록 평범한 미래>가 또 생각났다.
미래를 기억하라.
10년, 20년 후의 자신들의 모습을 기억할 수 있었다면,
이 모든 인물들에게 그런 미래가 있다는 것을
그들이 알았다면,
그들은 그 한순간을 좀 더 쉽게 지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
 
 


베브는 힘겨워하는 도티에게 말한다.
"버텨, 도티"

버텨.
널 버텨낼 수 있어. 다 지나갈 거야.
넌 할 수 있어. 좋아질거야.


이 모든 것이 함축된 말이었다.
버텨!
 
 


여자들의 우정, 유대, 공감
이런 것들이 고통을 극복하고
앞으로 계속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된다.



그리고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


P517
도티의 불운을 접하며, 여자들은 저마다 삶에서 나름의 행복을 찾아 감사히 여겼다.


P520
사무실 밖에서 얼마나 많은 삶이 흘러가고 있는지 볼 때마다 놀랐다.


P521
이들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그들의 삶이 다르다면 어떻게 다를까?

자신이 반대만 하는 엄마였다고 생각하니 끔찍했다. 에이미에게 늘 무섭게 대했나? 이런 의문조차 끔찍했다. 그래서 이 아이는 겁이 많은 아이로 자랐고, 늘 고개를 숙이나? 줄곧 스스로가 신중하고 올바른 엄마라고 믿으면서, 의시하지 못한 사이에 자식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이 혼란스러웠다.



화자는 이 모든 일이 일어나는 동네 위에서 내려다보는 사람처럼 10년, 20년 후의 일도 말하는데, 그것이 마치 신처럼 모든 일을 내려다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실제로 책을 보면 '하늘 위에서 집들의 지붕을 들어내어 그 안을 쳐다보면' 같은 문장이 등장하기도 했다. 한 차원 높은 곳으로 물러나서 내려다 보듯이. 그래서 마치 나도 위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는 기분, 좀 더 큰 관점에서 세상을 보는 기분이 들었다.



에이미와 이저벨,
두 사람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게
쉽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제 소설은 조금 쉬고,
편하고 재미난 책을 읽어야지.
 
*<어서요세요, 휴남도 서점입니다> 책을 보면 자식과의 관계로 힘들어하는 손님에게 책방 주인은 바로 <에이미와 이저벨> 이 책을 추천한다. 사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왜 이 책을 추천했는지 이제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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