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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이병률 시인, 그리고 행복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by 민히 2023. 2. 13.


오랜만에 읽은 감성적인 글

너무나 아름다운 제목에 이끌려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행복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끌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내 옆에 있는 사람』 여행산문집 3부작과 산문집 『혼자가 혼자에게』를 펴내며 바깥의 세계와 내면의 세계에 대해, 한 사람을 아우르는 다양한 감정과 개개인의 면면을 헤아리고 들여다봐온 이병률 시인이 신작 산문집 『그리고 행복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를 출간한다. 이번 책은 전작 『혼자가 혼자에게』 이후 3년 만에 펴내는 산문집으로, 사람과 그들의 인연을 총망라한 감정 ‘사랑’에 대한 글들을 담았다. 꾸준히 사람의 세계를 여행해온 시인이므로 그가 쓰는 사랑에 대한 글들은 더욱 기대가 크다. 어느 늦여름 밤 제주의 한 바닷가. 새로 작업하는 것이 있냐는 다정한 후배 시인의 질문에 시인은 아무 생각 없는 척 대답한다. “사랑 이야기를 한 권 쓸까?” 하고. 어떤 바람은 하나의 커다란 줄기가 되어 우리를 새로운 길로 이끌기도 해서, 시인은 이를 계기로 사랑 이야기를 한 편 한 편씩 쓰게 된다. 그렇게 모인 글들은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시인이 풀어내는 이야기 속에서 어떤 진심은 오롯이 전해지지만 어떤 진심은 가닿지 못하고 미끄러진다. 하지만 ‘혼자’의 터널을 성실히 통과해온 시인은 이를 성공이나 실패로 규정하지 않고 각각의 이야기가 가진 빛남과 아름다움에 눈을 마주치고 보듬는다. “누구나 가지고 태어난 그리움의 인자因子”가 움직인 흔적이 사랑이라면 어떤 특정한 부분만을 사랑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사랑은 삶이고, 사랑은 사람이며 여러 형태로 존재할 것이라고. 그러므로 슬플 것도 쓸쓸할 것도 없이 이 모든 게 사랑의 다양한 모양일 뿐이라고. 여러 사랑을 경험하는 건 행복한 일이 아니겠냐고 말해준다.
저자
이병률
출판
출판일
2022.09.13

 



 

그리고 행복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병률

 

 

 

오랜만에 읽은 감성이 가득 담긴 글.

마치 긴 시 한 편을 읽은 것 같은 기분

 



P264
사람 세계라는 질서만으로 자기 이외의 세계를 무조건 참견하려는 관성들, 그리하여 모르면서 아는 체하려는 어른들의 극성들. 지랄맞도록 나쁜 균이다. 나는 어떤 무엇을 찾아 헤매는 중이고 참견하는 이들의 시선 따위가 지도를 알려줄 거라고 믿지 않은지 오래다.
그렇다면 나는 찾아낸 것이다. 식물들을 늘려가는 일들로 내 주변이 환해졌다면, 그것은 분명 내가 어떤 식으로든 나아졌다는 것인데, 식물로부터 흘러들어온 힘과 식물이 나에게 던져준 어떤 밧줄 같은 것들이 온몸에 근육을 나눠준 것이다.

그래서 나는, 찾게 되고 알게 된 이것을 나누고만 싶다. 나는 내 후배들이, 친구들이 생기 있었으면 한다. 생기 없는 얼굴로 하루를 견디거나 날려버린다면 나는 아프다.

 

 


P269
나는 '태어나 지금껏 가장 사랑한 사람이 자신이었다'는 그 말에 숙연해졌습니다.

 

 

 

이병률 시인은 이 책에서 식물, 특히 꽃에 대해 여러 차례 이야기한다. 을지로 어딘가에서 직접 꽃 가게를 운영한다고 한다. 그는 식물을 키우면서 식물이 온몸에 근육을 나눠줬다고 했다. 나도 집에 식물을 하나 둘 씩 들여오면서 식물을 키우는 사람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하고 있다. 나보다 식물을 더 잘 키우는 건 남편인데, 남편은 매일 식물들이 잘 크고 있나 관찰하고 식물이 크기 좋은 환경인지 확인한다. 식물을 기르는 사람의 마음은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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