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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이슬아x남궁인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 어떤 하루를 보내든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면 되니까요

by 민히 2023. 1. 25.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총총 시리즈)
문학동네에서 우리 시대 별처럼 빛나는 작가들의 왕복서간을 엮는 서간에세이 시리즈 ‘총총’을 시작한다. 그 신호탄을 쏘는 작가는 에세이스트 이슬아×남궁인이다. 흔히 서간에세이라 하면 신뢰와 호감으로 연결된 두 사람이 서로의 일상과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점점 가까워지는 구도로 진행된다. 하지만 이슬아, 남궁인 이 두 작가는 초장부터 절교 위기를 맞으며 편지를 시작한다. 큰 배에서 처음 만나 동료작가로 교류하던 그들 사이엔 드넓은 오해의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이슬아 작가는 다정하고 훈훈한 인사말과 서로에 대한 격려와 예찬이 아닌, 대찬 ‘선빵’을 날리며 편지를 시작한다.
저자
이슬아, 남궁인
출판
문학동네
출판일
2021.07.12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
이슬아, 남궁인


"평생 한 사람을 깊게 탐구하는 행운"
P83



이슬아 작가의 책을 읽어보고 싶었는데 이 책이 첫 시작이 됐다. 이 책을 통해 이슬아 작가님도, 남궁인 작가님의 글도 처음으로 접했다. 응급실에서 일하는 의사 남궁인의 이야기는 잠깐 숨 쉬는 것을 잊을 만큼 충격적이고 놀라웠지만 책을 덮고 기억에 남는 것은 오히려 이슬아 작가가 쓴 서간문이다.

그녀는 평생 한 사람을 깊게 탐구하는 행운에 대해 이야기했다. 함께 사는 사람을 평생 관찰하고 알아가는 노력을 '행운'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보고, 인생을 바라보는 이슬아 작가의 태도를 단숨에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묘사한 '일요일 오후'의 행복은 그 문장들을 읽는 사람마저 행복하게 만들었다. "어떤 월화수목금토요일을 보냈건 간에 일요일은 늦잠을 자고 사랑하는 사람과 밥을 지어 먹고 후식을 먹으며 <출발! 비디오 여행>을 보다가 소파에서 스르르 잠이 드는 오후"라니. 나는 이런 시간이야말로 인생 최고의 사치스러운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사치는 많아져야 하고.

 


이슬아 작가는 또 절 근처에 있는 집을 '전 재산을 털어' 마련하는데, 그 이유는 마치 '어디든 다녀오너라'고 말하는 부처님과 눈을 마주쳤기 때문이라고.
P256. '어디든 다녀오너라'. 그렇게 얻은 용기로 원하는 옷을 입고 원하는 사람을 만나러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하루를 보내든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면 되니까요.


P155. 무서워도 마음을 굳게 먹고 살아가는 수밖에 없어요.
P157. 청소는 제가 마음을 굳게 먹고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P156. 각별한 경험을 어디에도 발표하지 않을 때 보존되는 자유와 행복을 선생님도 아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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