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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레슨 인 케미스트리(Lessons in Chemistry), 화학으로 우리는 무엇이 될 수 있는지 배운다

by 민히 2023. 2. 25.

레슨 인 케미스트리
Lessons in Chemistry
보니 가머스
 

 
레슨 인 케미스트리 1
“2022년 최고의 책(리얼 심플)”, “올해의 출판 센세이션(더 타임스)”, “여성의 시간이다(BBC라디오)” 이외에도 수없이 많은 찬사를 받으며 눈부시게 데뷔한 소설가 보니 가머스는 올해로 예순다섯 살 생일을 맞은 노장이다. 작가 경력이 없는 카피라이터였던 그녀의 데뷔는 세계를 놀라게 했다. 소설이 출간되기도 전인 2020년 프랑크푸르트도서전에서 가장 큰 화제 몰이를 한 소설은 보니 가머스의 원고 『레슨 인 케미스트리』였다. 원고가 공개된 지 2주 만에 22개국에 번역 판권이 수출되었을 뿐 아니라 “국적불문 모든 사람의 관점에서 완벽한 명작”, “모두가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코로나를 피해 줌으로, 메일로, 전화로 이야기하는 와중 누구도 이 소설이 올해의 책임을 의심하지 않았다”라는 평과 함께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영국에서는 16개의 출판사가 경쟁한 뒤 데뷔작 사상 가장 높은 계약금인 200만 달러(한화 약 25억)에 출판권이 계약되었다. 출간 후에도 유례없는 평점 고공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출간 두 달 만에 평점이 만 개를 돌파하며 아마존 4.7점, 굿리즈 4.5점을 기록했다. 또한 애플TV에서 브리 라슨 주연으로 동명의 8부작 드라마 촬영에 돌입했다. 우리말로 ‘화학개론 수업’, ‘화학에서 배운 것’ 정도로 풀이되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레슨 인 케미스트리』의 주인공은 화학자다. 여성 과학자가 거의 없던 1950~6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주인공 엘리자베스 조트가 파도를 딛고 일어나는 서퍼처럼 인생에서 필연적인 역경에 맞서는 과정을 통해 좌절하지 않는 인간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저자
보니 가머스
출판
다산책방
출판일
2022.06.09

 
 
이렇게 좋은 소설을 만났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 뿐이다.
올해 나의 책 선택, 정말 장난 아니다!
이번주는 이 책에 푹 빠져 지냈다.
 
 
사회가 여성을 그저 집에서 살림을 하며 아이를 낳는 존재로만 보던 시대, 여성은 과학자가 될 수 없었던 미국의 1950년대를 배경으로, 화학자이자 미혼모로 살아나가는 씩씩한 여성 엘리자베스 조트의 이야기다. 그녀는 화학자다. 그러니까 과학에 기반해서 사실 그대로 세상을 본다. 여성은 화학자가 될 수 없다고 말하는 세상과 남성들, 그리고 일부 여성들에게 분개한다. 그리고는 자신이 믿는대로 굳건히, 씩씩하게 살아간다.

 

성차별이라는 막막하고 절망적인 이야기 속에서도 희망을 가지고 즐겁게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엘리자베스의 씩씩함, 엘리자베스 주변의 선한 사람들 덕분이었다.
 
* 인종차별, 성차별에도 불구하고 똑똑한하고 강인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히든 피겨스>가 생각났다.
 

 
히든 피겨스
회의 참여 불가 화장실 이용 불가 식당 이용 불가 세상의 편견에 맞선, 정.면.돌.파 그녀들이 온다 천부적인 수학 능력의 흑인 여성 캐서린 존슨 NASA 흑인 여성들의 리더이자 프로그래머 도로시 본 흑인 여성 최초의 NASA 엔지니어를 꿈 꾸는 메리 잭슨 미국과 러시아의 치열한 우주 개발 경쟁으로 보이지 않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던 시절, 천부적인 두뇌와 재능을 가진 그녀들이 NASA 최초의 우주궤도 비행 프로젝트에 선발된다. 하지만, 흑인이라는 이유로 800m 떨어진 유색인종 전용 화장실을 사용해야 하고,  여자라는 이유로 중요한 회의에 참석할 수 없으며,  공용 커피포트 조차 용납되지 않는 따가운 시선에 점점 지쳐 간다. 한편, 우주궤도 비행 프로젝트는 난항을 겪게 되고,  해결방법은 오직 하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새로운 수학 공식을 찾아내는 것뿐인데…. 천재성에는 인종이 없고, 강인함에는 남녀가 없으며, 용기에는 한계가 없다! 세계를 놀라게 한 그녀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평점
9.0 (2017.03.23 개봉)
감독
테오도어 멜피
출연
타라지 P. 헨슨, 옥타비아 스펜서, 자넬 모네, 케빈 코스트너, 커스틴 던스트, 짐 파슨스

 
 
#레슨인케미스트리드라마
레슨 인 케미스트리는 애플 티비 드라마로도 만들어진다! 무려 브리 라슨이 주인공 엘리자베스 조트 역을 맡았다. 올해 3월에 나온다는데 너무 기대된다. 책의 이야기가 영화화 혹은 드라마화 되면 어떻게 입체적으로 구현했을지 보는 재미가 있기 때문에 언제나 기대된다.

 

Apple TV+, Lessons in Chemistry


 

 

Apple TV+ shares first look at “Lessons in Chemistry,” new drama series starring and executive produced by Academy Award win

Apple TV+ today unveiled a first look at “Lessons in Chemistry,” and announced that production is underway on Apple Studios’ new drama series starring Brie Larson.

www.apple.com

 

나의 독서노트

 

 

 

문장수집

레슨 인 케미스트리 1
P25
물론 내성적이라는 것 자체는 단점이 아니지만 때때로 그 성격이 만사에 무심한 태도로 드러나곤 했다.
 
P51
사내정치와 편애와 불평등과 어디에나 존재하는 불공평함까지 있죠.
 
P65
타인의 어린 시절을 끝까지 파헤쳐서 쟤는 대체 누구 때문에 저런 사람이 되었는지 속속들이 파고들고 싶은 욕망은 다들 있는 것 아니겠는가?
 
P87
엘리자베스와 일 외의 시간을 죄다 함께 보내는데도, 그러니까 같이 살면서 같이 식사하고 같이 연구소에 출퇴근을 하는데도 어쩐지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가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물론 그녀가 없어도 정상적으로 제 기능을 하며 살 수는 있겠지만, 그녀가 없다면 대체 제 기능을 하며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 
"그게 바로 행복이라는거야."
 
케빈의 고백. 이게 바로 사랑이 주는 행복이다!
 
P103
그녀가 걷는 모습을 본 순간 캘빈의 몸에 이상한 전율이 휩쓸고 지나갔다. "엘리자베스 조트, 너는 세상을 바꾸게 될 거야."
 
P129
엘리자베스는 이것 하나만큼은 분명히 알았다. 자신에게는 대단한 업적을 이룰 가능성이 있었다. 누군가는 위대한 업적을 이룰 운명을 타고나기 마련이고, 자신 역시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P203
사람들은 임산부가 뭘 할 수 있겠느냐며 능력을 과소평가할 때가 있다. 
 
P340
혹시 여자들이 슈퍼마켓에 후딱 갔다 오겠다고 말하는 거 들어본 적 있어요? 슬렁 슬렁 갔다 오겠다고는 하지 않죠. 후딱 갔다 와야 하니까요. 주부들은 언제나 정신이 돌아버릴 지경으로 대단한 생산성을 발휘하며 살아가요. 능력이 되든 안 되든 저녁 식사는 반드시 지어야 하거든요. 그건 지속 가능한 삶이 아니에요. 이러다간 심장마비든 뇌졸중에든 걸릴 수밖에 없어요. 주부들은 4학년짜리 애가 숙제를 미루듯 집안일을 미룰 수 없으니까요. 남편이 회사에서 딴짓하듯 집안일을 두고 딴짓할 수가 없단 말입니다. 
 
우리 엄마도 그랬다. 일도 하고 집안일도 다 하고 우리 자매까지 다 키운 우리 엄마는 뭐든지 '후딱' 해야했다. 정말 모든 것을 후딱 하셨다. 그것은 정말 지속 가능한 삶이 아니어서 50대인 우리 엄마는 이제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셨다. 그리고 나는 엄마의 결정을 200% 지지한다. 
이제는 여성도 남성과 똑같이 교육을 받고 똑같이 일을 한다. 문제는 집안일과 육아에서 여전히 여성이 더 많은 일을 하고 있다면, 그 삶은 아직도 지속 가능한 것이 아니다. 엘리자베스가 살았던 시대, 우리 엄마가 살아온 세월을 생각하면 분명히 세상은 나아지고 있지만, 남녀는 평등하다고 교육 받고 자란 세대는 이런 불평등에 좌절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믿는 것을 꿋꿋하게 실천하며 살아가는 엘리자베스의 이야기가 흥미롭고 반가웠던 이유!
 
 
레슨 인 케미스트리 2
P28
요리는 화학입니다. 화학은 생명입니다. 모든 것을 바꾸는 여러분의 능력, 바로 자신을 바꾸는 능력도 바로 여기서 시작됩니다.
 
P46
해리엇이 생전 처음 받아보는 임금이었다. 이 돈을 받게 되자 해리엇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진 기분이 들었다.
 
스스로의 노동으로 번 돈은 단순히 돈을 벌었다는 것 이상의 자아효능감을 준다! 내 힘으로 돈을 벌었다는 것, 그러니까 내 힘으로 살아나갈 수 있다는 것!
 
P117
월터 역시 책임이 있으며, 궁극적으로 그에 따른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방관해 온 책임 또한 져야 한다는 뜻이었다.
 
내가 한 행동에는 생각보다 큰 책임이 따른다. 내 선택과 행동은 내 주변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P196
그 강의에서는 우리가 누구이며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배우는 게 아니라, 우리가 무엇이 될 수 있는지 배운다.
 
P231
그 매력은 엘리자베스의 외모와 무관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매력의 원천은 바로 자신감이었다. 자신이 누군지 확실하게 아는 자가 내 보이는 기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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