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와 책, 정혜윤
내가 좋아하는 작가, 정혜윤
절판된 책이라 못 읽어서 아쉬워하고 있다가, 아! 도서관 가면 있겠구나 싶어 빌려봤다.
책과 세상을 연결하는 그의 시선은 대단하다. 그래서 정혜윤의 책을 읽고 있으면, 아 일단 나도 부지런히 읽어서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혀야겠다, 그렇게 해서 나만의 관점을 가져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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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수집
p7
새가 모이를 집어 나르듯 많은 책을 사 날랐다. 내 침대는 내 둥지였던 셈이고 밤마다 나는 나 스스로 나 자신을 키우는 어미 새 역할을 했던 것이다.
ㅋㅋㅋㅋ 나의 모습!
그녀가 우울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대목이 흥미롭다.
p24
슬픔과 우울은 도대체 어떻게 다른가? 우울에 대해서 지금까지 내가 확실히 아는 것은 두 가지뿐이다. 첫번째는 다른 사람이 소유하고 있는 것을 내가 소유하지 못해서 금세 외로워진 결과로서의 감정은 우울이라는 것. 두 번째는 인간이 아니라 사물이 나의 기대를 저버릴 때의 감정도 우울이라는 것. 그러니 우울은 차마 다른 인간에게 화낼 일이 못 되는 감정인 것 같다. 내 우울 때문에 다른 인간을 할퀴고 싶지 않은 날에는 침대에 누워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 있거나 아니면 재빨리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토성 편을 펼처 든다.
p27
우리의 우울은 의지박약 탓이 아니고 기질이니까 너무 기를 쓰고 애쓰지 말자.
자의식이란 건 우리가 그 무게에 짓눌려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해석해야 할 대상이고 만들어나가야 할 대상일 뿐이니, 지금의 우울로 둔갑한 자의식 역시 우리를 지배하게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할 수 있는 날
p32
우리의 일상은 사랑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자아의 일부란 걸 알려줬기 때문이다. 그를 보면 일상과 자아는 서로 사랑하는 연인처럼 공동 진화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상을 사랑하는 것은 나를 사랑하는 것과도 같다.
p44
우리가 그것을 느끼고 싶어 하는 순간부터 감정은 더 이상 감정이 아니라 모방이며 과시다.
p69
나에게 주어지는 상황이 있다면 찾아나서야 하는 상황도 반드시 있게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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