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슨 인 케미스트리
Lessons in Chemistry
보니 가머스
이렇게 좋은 소설을 만났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 뿐이다.
올해 나의 책 선택, 정말 장난 아니다!
이번주는 이 책에 푹 빠져 지냈다.
사회가 여성을 그저 집에서 살림을 하며 아이를 낳는 존재로만 보던 시대, 여성은 과학자가 될 수 없었던 미국의 1950년대를 배경으로, 화학자이자 미혼모로 살아나가는 씩씩한 여성 엘리자베스 조트의 이야기다. 그녀는 화학자다. 그러니까 과학에 기반해서 사실 그대로 세상을 본다. 여성은 화학자가 될 수 없다고 말하는 세상과 남성들, 그리고 일부 여성들에게 분개한다. 그리고는 자신이 믿는대로 굳건히, 씩씩하게 살아간다.
성차별이라는 막막하고 절망적인 이야기 속에서도 희망을 가지고 즐겁게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엘리자베스의 씩씩함, 엘리자베스 주변의 선한 사람들 덕분이었다.
* 인종차별, 성차별에도 불구하고 똑똑한하고 강인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히든 피겨스>가 생각났다.
#레슨인케미스트리드라마
레슨 인 케미스트리는 애플 티비 드라마로도 만들어진다! 무려 브리 라슨이 주인공 엘리자베스 조트 역을 맡았다. 올해 3월에 나온다는데 너무 기대된다. 책의 이야기가 영화화 혹은 드라마화 되면 어떻게 입체적으로 구현했을지 보는 재미가 있기 때문에 언제나 기대된다.
문장수집
레슨 인 케미스트리 1
P25
물론 내성적이라는 것 자체는 단점이 아니지만 때때로 그 성격이 만사에 무심한 태도로 드러나곤 했다.
P51
사내정치와 편애와 불평등과 어디에나 존재하는 불공평함까지 있죠.
P65
타인의 어린 시절을 끝까지 파헤쳐서 쟤는 대체 누구 때문에 저런 사람이 되었는지 속속들이 파고들고 싶은 욕망은 다들 있는 것 아니겠는가?
P87
엘리자베스와 일 외의 시간을 죄다 함께 보내는데도, 그러니까 같이 살면서 같이 식사하고 같이 연구소에 출퇴근을 하는데도 어쩐지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가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물론 그녀가 없어도 정상적으로 제 기능을 하며 살 수는 있겠지만, 그녀가 없다면 대체 제 기능을 하며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
"그게 바로 행복이라는거야."
케빈의 고백. 이게 바로 사랑이 주는 행복이다!
P103
그녀가 걷는 모습을 본 순간 캘빈의 몸에 이상한 전율이 휩쓸고 지나갔다. "엘리자베스 조트, 너는 세상을 바꾸게 될 거야."
P129
엘리자베스는 이것 하나만큼은 분명히 알았다. 자신에게는 대단한 업적을 이룰 가능성이 있었다. 누군가는 위대한 업적을 이룰 운명을 타고나기 마련이고, 자신 역시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P203
사람들은 임산부가 뭘 할 수 있겠느냐며 능력을 과소평가할 때가 있다.
P340
혹시 여자들이 슈퍼마켓에 후딱 갔다 오겠다고 말하는 거 들어본 적 있어요? 슬렁 슬렁 갔다 오겠다고는 하지 않죠. 후딱 갔다 와야 하니까요. 주부들은 언제나 정신이 돌아버릴 지경으로 대단한 생산성을 발휘하며 살아가요. 능력이 되든 안 되든 저녁 식사는 반드시 지어야 하거든요. 그건 지속 가능한 삶이 아니에요. 이러다간 심장마비든 뇌졸중에든 걸릴 수밖에 없어요. 주부들은 4학년짜리 애가 숙제를 미루듯 집안일을 미룰 수 없으니까요. 남편이 회사에서 딴짓하듯 집안일을 두고 딴짓할 수가 없단 말입니다.
우리 엄마도 그랬다. 일도 하고 집안일도 다 하고 우리 자매까지 다 키운 우리 엄마는 뭐든지 '후딱' 해야했다. 정말 모든 것을 후딱 하셨다. 그것은 정말 지속 가능한 삶이 아니어서 50대인 우리 엄마는 이제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셨다. 그리고 나는 엄마의 결정을 200% 지지한다.
이제는 여성도 남성과 똑같이 교육을 받고 똑같이 일을 한다. 문제는 집안일과 육아에서 여전히 여성이 더 많은 일을 하고 있다면, 그 삶은 아직도 지속 가능한 것이 아니다. 엘리자베스가 살았던 시대, 우리 엄마가 살아온 세월을 생각하면 분명히 세상은 나아지고 있지만, 남녀는 평등하다고 교육 받고 자란 세대는 이런 불평등에 좌절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믿는 것을 꿋꿋하게 실천하며 살아가는 엘리자베스의 이야기가 흥미롭고 반가웠던 이유!
레슨 인 케미스트리 2
P28
요리는 화학입니다. 화학은 생명입니다. 모든 것을 바꾸는 여러분의 능력, 바로 자신을 바꾸는 능력도 바로 여기서 시작됩니다.
P46
해리엇이 생전 처음 받아보는 임금이었다. 이 돈을 받게 되자 해리엇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진 기분이 들었다.
스스로의 노동으로 번 돈은 단순히 돈을 벌었다는 것 이상의 자아효능감을 준다! 내 힘으로 돈을 벌었다는 것, 그러니까 내 힘으로 살아나갈 수 있다는 것!
P117
월터 역시 책임이 있으며, 궁극적으로 그에 따른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방관해 온 책임 또한 져야 한다는 뜻이었다.
내가 한 행동에는 생각보다 큰 책임이 따른다. 내 선택과 행동은 내 주변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P196
그 강의에서는 우리가 누구이며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배우는 게 아니라, 우리가 무엇이 될 수 있는지 배운다.
P231
그 매력은 엘리자베스의 외모와 무관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매력의 원천은 바로 자신감이었다. 자신이 누군지 확실하게 아는 자가 내 보이는 기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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