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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매일 읽겠습니다, 이토록 즐거운 독서

by 민히 2022. 10. 10.

매일 읽겠습니다
황보름 지음

#독서에세이 #에세이추천

#매일읽겠습니다리뷰


책과 가까워지는 53편의 에세이



이 세상에서 가장 조용하고 내밀한 변화는
책을 읽는 그 사람의 내면에 벌어지고 있다.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 책 읽기가 더욱 즐거워지는 경험이 되었다. 독서를 향한 작가의 방대한 세계를 읽으면서 내 독서생활과 나를 지나쳐간 수많은 책들, 그리고 책이 나에게 미친 영향 같은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의미가 새롭게 다가오는 책들이 있다. 어떤 책은 읽고 나서 한참 뒤에야 그 책이 내 인생에 어떤 의미였고 어떤 영향을 줬는지 알 수 있다. 덕분에 책장에 쌓여있는 책들 중 특히 인상적인 책 몇 권을 다시 읽어봤고, 도서관에서 오랜만에 책을 빌려보기도 했고, 독서모임을 해볼까 하는 고민도 하게 됐다. 무엇보다 나는 비평가도 평론가도 아니니까 부담 없이 내키는 대로, 내 마음대로 책을 읽는 것에 대해 당당(?)해졌다.

책의 내용은 그야말로 책, 독서라는 행위를 향한 사랑이다. '책과 가까워지는 53편의 에세이'를 담았는데, 각 챕터마다 내 독서생활을 돌아보게 한다.



읽긴 읽었는데 책 내용이 도저히 기억이 안 날 때는?
P43. 독서에서는 '기억'이 아니라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 한 권의 책을 읽기 전의 나와 읽은 후의 내가 조금이라도 달라졌다면 설사 내가 그 책을 읽었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해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위안했다.
해리포터처럼 강렬한 이야기가 아니고서야 분명 읽었는데도 기억이 안나는 책들이 꽤 있다. 기억하기 위해 밑줄도 긋고 독서노트도 써보지만 그래도 기억이 안 날 때는 독서가 허무해지기도 하는데, 작가는 '기억'하지 못해도 그 책을 읽는 순간 내가 '변화'했다면 그것도 충분하다고 위로해준다. 책을 읽는 순간 영감을 받고 덕분에 내가 무언가를 하고 성장하는 시간이 됐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P46~47. 인간은 고립되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고립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단 하나의 유대만 있으면 된다. 당신이 진정으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 당신이 살아 있다는 것 자체에서 힘을 얻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은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책 <비사교적 사교성> 중에서)
나 같은 I에게 큰 의미가 되는 문장

Chapter 11. 소설 읽기
P61. 하나의 생활방식만 좇던 사람이 다양한 세상살이에 눈을 뜨면 삶은 변한다.
"문학작품을 읽으면 사고의 측면에서 가능성의 스펙트럼이 열립니다. 인간이 삶을 이끌어 나가는 모습이 얼마나 다를 수 있는가를 알게 되는 것이지요." (피터 비에리, 자기 결정)
소설을 읽는 이유.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다는 것, 내가 사는 이 세계가 결코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 위해.

 

 



Chapter 16. 책과 술
작가는 혼술을 하며 조용히 책을 읽을 수 있는 카페에 간 일화를 소개한다. 이 장을 읽으면 나도 독서라는 행위를 어디서 어떻게 하면 더 재밌을까 궁리하게 된다. 요즘 같은 가을날에는 창문을 조금 열어두고 따뜻한 이불속에서 책 읽는 맛이 쏠쏠하지만, 뭔가 색다른 장소를 물색해봐도 좋을 것 같다.

Chapter 18. 책의 쓸모
P90. 자신의 삶에 서서히, 또는 느닷없이 '다가오는 것들'에 그녀는 현명하게 대응한다. 우리는 삶에 다가오는 것들을 통제할 수 없지만, 그것들에 대처하는 방법은 통제할 수 있다고...
P91. 밑줄 그은 문장이 우리 내면으로 스며들고 있다고. 스며든 문장이 우리 삶을 지탱해 줄 날이 언젠가 올 거라고.
내가 부지런히 읽어 내려간 것들이 기억에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것 같을 때 내가 제대로 독서를 하고 있는 게 맞나 싶지만, 내가 읽어 온 모든 문장들은 어떻게든 내 안에 흔적을 남겨서 어떤 식으로는 내 삶에 영향을 주었거나, 앞으로 줄 것이다. 아주 찰나의 순간 떠오르더라도.



Chapter 19. 도서관의 책들
대학생 때는 주로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봤다. 그러다 대학을 졸업하고 월급이라는 게 생긴 이후로는 책을 사보고 있다. 다시 도서관에 한번 가볼까.

Chapter 41.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한 책 읽기
P185. 나는 독서가 내 삶의 빛과 어둠을, 타인의 빛과 어둠을 받아들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야말로 독서를 더 사랑할 수 있게 해 준 책이었다.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읽고 싶은 책이 더 생기는데 이번 책도 그랬다. 페이지 하나하나 넘길 때마다 내가 아직 읽어보지 않은 책인데 흥미로워 보이는 게 자꾸만 등장해서 온라인 교보문고 앱을 열어 장바구니에 차곡차곡 담아 놓았더니 밥을 안 먹었는데도 배가 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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