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밖의 모든 말들
김금희 산문
김금희 작가은 이미 유명하고 한국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지만 나는 아직 그의 소설은 읽어보지 못했다. 산문집으로 처음 이 작가의 세계와 만나게 되었는데, 에세이의 문장들이 마치 소설 같았다. 소설을 읽는 기분이었다. 아름다우면서도 차분하면서도 날카로웠다. 그래서 이 책 전체가 하나의 소설 같았다.
아무 이유 없이 그냥 쉬려고 하루 연차를 내고 미용실에 예약해둔 시간까지 애매하게 여유가 생겨, 근처 스벅에서 잠깐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래 문장을 읽고 그냥 눈물 주르륵😭
P58. 세상에 나온 그때부터 지금까지 할 수 있는 가장 간절한 기도를 해온 이모로 돌아가 어려운 일이 있으면 힘이 들어도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이모가 되겠다고 적어 보냈다.
조카를 위해서 '지금까지 할 수 있는 가장 간절한 기도'를 해왔다니. 그런 조카를 보며 '힘이 들어도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사람이 되겠다고 마음을 다독이다니. 한 사람을 향한 사랑의 크기가 이 한 문장으로 모조리 느껴져 눈물이 왈칵 쏟아졌던 것 같다. 부모님도, 연인도 아니다. 세상에 나오는 순간부터 지켜 본 아이, 조카에 대한 사랑. 이 책은 이 한 문장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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