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웃기고 신난다. 재밌고 신명난다. 낄낄 웃으면서 본 책이다. 주로 출퇴근길에 읽었는데 이 책을 읽는 지하철에서의 시간이 기대될 정도였다. 인생을 재밌고 웃기게(?), 이왕이면 아주 많이 즐겁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산문집이었다. 나는 영화 <우리집>, <아이들> 등 윤가은 감독의 작품을 한 편도 보지도 않고 알지도 못한 채로 이 책을 읽었고, 그래서 이 책이 내가 아는 윤가은 영화감독님의 전부인데,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하고 간직하고 싶은 영화를 만들었을지 알 것 같다. 그리고 윤가은 감독님은 시나리오를 쓰는 사람이어서 그런지 술술 재밌게 읽히는 글을 쓰는 능력자다!
#호호호줄거리
<호호호>는 윤가은 감독이 번아웃을 겪을 때 '나를 웃게 했던 것들에 대하여', 그러니까 좋아하는 것들에 대하여 생각하고, 쓰고, 다시 즐겨보며 힘을 얻게 되고, 결국 다시 영화를 좋아하게 되는 그 시간에 쓰인 기록들이다. 한 마디로 윤가은 감독의 '호호호',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여름, 별자리, 빵, 노래, 어릴 적 읽었던 만화책, 그동안 사람들에게 좋아한다고 당당하게 말하지 못했던 특정 영화들, 조카, 그리고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걷고 걷고 또 걷는 일까지, 저자는 좋아하는 것들을 애정을 듬뿍 담아 이야기한다.
그 중에서 가장 좋아했던 작가의 '호호호'는 '내가 축하하는 나의 생일'이었다. <나는 내가 축하할 거야>라는 제목의 글이었는데 지하철에서 웃음을 참지 못하고 낄낄거리면서 읽었다. 윤가은 감독의 어느 생일 가족 모두가 자신의 생일을 까먹고 결국에는 아빠가 사온 쓰레기통을 선물 삼아 갖게 되는 결론으로 끝난다 ㅋㅋㅋ 내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육성으로 웃은 책은 김혼비 작가님의 책이 전부였는데 이제 하나 더 생겼다.
p43. 그렇게 하루 종일 신나게 웃을 수도 있는 날이었다. 애초에 마음만 제대로 먹었다면, 그렇듯 충분히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도 있는, 그랬어야 마땅한 소중한 생일날이었다. 그런데 왜 그런 좋은 기분을 다른 누군가가 선사해 주기만을 기다린 걸까. 내가 언제 진짜로 웃을 수 있는지 제일 잘 아는 사람이 바로 나인데. 내 생일을 진심으로 정성껏 축하했어야 하는 사람은 다른 누군가가 아닌 바로 나 자신이었는데.
p44. 생각해보면 생일은 대단한 날이다. 한 해를 무사히 버텨내고 또다시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한다는 건, 엄청난 노력과 굉장한 행운이 뒷받침되어야만 가능한 일대 사건이다. 돌아보면 세상엔 아무리 열과 성을 다해도 더는 나이를 먹을 수 없는 이들이 도처에 있다. 아무리 원하고 바라도 다시는 생일을 축하해줄 수 없는 이들이 너무도 많다. 그러니 어떻든 이렇게 살아남아 또다시 생일을 맞이한다는 건 실로 놀라운 축복이고 기적이 아닐 수 없다.
생일의 의미를 다시한번 생각해본 계기였다.
이외에도 좋았던 문장들!
p73. 내게는 노래가 있다는 사실이, 그렇듯 아름답고 단순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진실이 나를 온전히 숨쉬게 했다.
프랜 리보위츠는 넷플릭스 시리즈 <도시인처럼>에서 예술가 중 최고는 뮤지션이라고 했다. 이 말에 100% 공감한다. 인생을 아름답고 풍요롭게, 살만한 것으로 만드는 것이 바로 예술인데 음악의 힘은 실로 강력하다. 음악은 듣는 즉시 정신과 신체가 반응한다.
p171. 자신의 가장 깊고 아득한 마음을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내는 일. 그것을 타인과 나누며 넓고 무한하게 연결되는 일. 예술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큰 기적.
<호호호>를 읽고 나도 이 블로그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모아봐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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