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SOCRATES EXPRESS
에릭 와이너 지음 / 김하현 옮김
#철학책추천 #철학입문서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는 <행복의 지도>로 유명한 에릭 와이너가 오랜만에 쓴 책이다. 반가운 마음에 샀다. 작가 에릭 와이너는 적당히 흔들리는 기차 안이 철학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라 생각하고, 기차를 타고 다니며 역사적인 철학자들이 살던 곳과 의미 있는 곳들을 찾아다닌다. 기차 안에서 사색하고 메모를 한다.
*표지를 비롯하여 책 일러스트는 에토프(@une.etoffe) 작가님이 그렸다고 해서 더 눈에 띄였다!
철학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벌써부터 어렵고 졸린데 '철학 =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이라고 이해하니 책을 읽으니 재밌었다. 특히 작가는 형이상학적인 철학보다도 인생에서 흔히 느낄 수 있는 것들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사실 이 책에서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어떤 철학 그 자체라기 보다는, 철학이라고 다 맞다기보다는 나에게 맞는 철학을 뽑아쓰면 된다는 것이다. 철학도 사실은 하나의 사상, 의견일 뿐. 철학이라는 것 자체에서 마음이 무척 가벼워졌다.
여러 철학자들의 이야기 중에서 특히 스토아학파와 몽테뉴의 철학이 기억에 남는다.
스토아학파 - "해야할 일을 하라. 그리고 일어날 일이 일어나게 두라."
스토아학파 = 자연주의, 숙명론자들 같았는데, 운명을 믿으면서도 "해야할 일을 하라. 그리고 일어날 일이 일어나게 두라."는 게 좋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되, 그 결과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생각이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하게 하면서도, 그 결과까지는 내가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해진다고나 할까. 결과는 나에게 달려있는 것이 아니다.
<나의 최소 취향이야기>를 읽다가 좋아서 찍어둔 문구. 결국 스토아학파가 하는 이야기다.
스토아학파에서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정신과 감정이라고 한다. 작년에 읽은 책에서 감정에 관해 새로운 시각을 준 책이 2권 있었다. <당신이 옳다>와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이 책에서는 특정한 감정이 들면 그 감정을 나 자신과 분리해서 알아주고 보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즉, '감정=나'가 아닌 것이다. 나는 감정에 대한 이러한 접근이 굉장히 신선하고 또 신기했다. 마치 명상 같다. 명상할 때 자꾸만 생각이 떠오르면 그 생각을 인지하고 머릿속에서 보내주는 것. 이 점에서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이 명상 같다. 아무튼 스토아학파에서도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은 감정이라며, 감정은 아무 이유없이 떠오르는 것이 아니므로 감정을 알아채고 통제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우리는 너무 자주 자신의 행복을 타인의 손에 맡긴다."며, "모르는 사람에게 자기 몸을 맡기는 상황을 상상해보라. 터무니없지 않나? 하지만 그것이 바로 우리가 매일 마음속에서 하는 일이다. 우리는 우리의 주권을 타인에게 이양해 그들이 우리의 마음을 지배하게 만든다. 그들을 몰아내야 한다. 지금 당장."이라고 했다.
보부아르 - 나이 듦
보부아르는 나이 듦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보부아르는 노인의 삶을 최악으로 표현하며 노인은 노인의 '역할'을 연기한다고 한다. 본인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 노인이라면 마땅히 이래야 한다는 것을 연기한다는 것이다. 노인 세대에 국한되지 않고 사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결정이 진정 자신의 선택인 것인지, 아니면 사회적으로 내재된 문화에 따른 선택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내린 선택이라고 믿고 있는 것인지 알기 어렵긴 하다. 아무튼 노인은 노인을 연기하는 것이므로 노년의 삶이 반드시 비참하고 우울해야할 필요는 없다. 실제로 최근 영화 <탑건 매버릭>을 찍은 톰크루즈를 보면 60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영화에서 활약하는 반면 1편에 함께 나왔던 상대 여배우는 그냥 60대 할머니가 되어버린 것을 보면, 나이 듦 역시 마음 먹기에 달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미드 <그레이스 앤 프랭키>를 보면 노년의 생활이 내 예상과 달리 fun 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낀다. 자신을 알고 사회적으로 내 자리도 있고 경제적으로도 안정적이고 시간은 많으니 어쩌면 부러울 것이 없는 시기. 물론, 30대~50대 열심히 살아야 이룰 수 있는 기반이다. 결론은 노년의 삶도 꼭 암울하지만은 않다고 보부아르는 얘기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실제로 보부아르 역시 노년에 정치적, 문화적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계속해서 책을 써내려갔다. 80대에 낸 책이 처참한 비판을 받아도 보부아르는 아랑곳하지 않고 또 다른 책을 써내려갔다고 한다. 그 나이에 비판 받는 것이 무엇이 두렵겠냐면서.
몽테뉴는 "삶을 잘 살아내지 않고서 잘 죽을 수 없었고,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지 않고서 삶을 잘 살아낼 수 없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처럼 침대에서 나오는 법
How to get out of bed like Marcus Aurelius
위대한 철학자가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는 법을 고민했다고 하니 철학이라는 것이 멀리 있는 게 아니다. 여행을 가거나 기대하는 날에는 알람시계가 울리거나 누가 깨우지 않아도 벌떡 일어난다. 그런 원리에서 보면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고 미적거리는 것은 자기의 삶을 충분히 사랑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는 온전한 삶을 살라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독촉했다."
"내가 침대에서 나오지 못할 때 나의 숙적은 침대도, 바깥 세상도 아닌 나의 예상이다."
에릭 와이너의 책은 어떤 주제로 무엇을 읽어도 유쾌하고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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