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마쓰이에 마사시
김춘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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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4일 ~ 6월 6일, 3일간의 짧은 연휴가 생겼다. 중간중간 일이 있어 어디 멀리 떠나지는 못하고 서울에서 짧은 연휴를 보내야했다. 연휴를 보낼 때는 소설이 제맛. 진짜 오랜만에 또 소설을 읽었다. 이 책을 어떻게 고르게 되었는지는 또 기억나지 않고...(책장에 읽지 않은 책이 수두룩한테 어떻게 하다 서점에서 내 손까지 오게되었는지, 그 경로가 대부분 생각나지 않는다.😅) 이제 여름이라 여름 냄새가 물씬 나는 청량한 이야기를 읽고 싶었고,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는 제목부터 표지까지 제대로 여름스러웠다. 그래서 이번 6월 미니 연휴 책으로 바로 선택했고, 이틀만에 후루룩 다 읽어버렸다.
책 줄거리
'무라이 건축설계사무소'의 소장인 무라이 선생님과, 선생님을 존경하며 이제 막 건축가의 세계로 들어온 청년의 이야기이자, 그 곳에서 일하는 건축가들의 이야기다. 이들은 여름이 되면 도쿄를 떠나 고급 별장들이 가득한 가루이자와의 여름 별장에서 집중해서 일한다. 이 소설은 이 여름 별장에서의 공간과 시간을 배경으로 한다. 이들은 국립현대도서관 설계 경합에 참가하여 그들만의 가치를 담은 도서관 설계도를 만든다.
소설 결말
국립현대도서관 설계 경합 프레젠테이션 며칠 전, 무라이 선생님은 뇌생격으로 쓰러지고 만다. 무라이 선생님을 중심으로 진행되던 국립현대도서관 프로젝트도 결국 흐지부지되고... 1등은 다른 건축사무소가 거머쥔다. 무라이 선생님은 한쪽 몸이 마비되어 다시는 일을 하지 못하고, 결국 무라이 선생님의 시대는 그렇게 막을 내린다. 주인공은 다른 건축사무소에서 3년간 일하다 자기만의 건축사무소를 차린다. 이렇게 새로운 시대가 시작된다.
여름의 청량함
무엇보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여름의 일상이 문장에서, 이야기에서 듬뿍 느껴졌기 때문이다. 여름의 일상이 소중해지는 마음이 들었다. 청량, 깨끗, 청춘.. 이런 단어들이 떠올랐다. 특히 최대한 감정을 배제한, 깔끔하고 담담한 문장들이 한몫했다. 여름 별장에서 아침을 정성스레 차려 먹고, 낮에는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새들의 지저귐을 들으며 일하고, 저녁에는 정성스럽게 양식 혹은 일식을 차려 먹는 일상. 그 일상을 묘사하는 게 참 좋았다.
(특히 등장인물들은 홍차, 밀크티를 즐기는데, 스콘과 홍차가 함께 등장한 대목에서는 밀크티가 너무 먹고 싶어져서 결국 나가서 우유를 사왔다😂)
"건축은 예술이 아니라 현실이야."
작가는 자연과 건축에 대한 방대한 지식과 통찰을 보여준다. 나는 건축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크게 관심 있는 사람도 아니지만, 내가 살아가는 공간과 집을 소중히 여기고 가꿔야겠다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다. 같은 집이라도 누가 사느냐에 따라 집은 달라지고, 집은 그 안에 사는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야한다는 무라이 선생님의 생각에 공감했다. 우리집은 내 라이프스타일과 가치관이 충분히 반영되어 있는가? 아파트는 수많은 집을 똑같이 찍어낸 기성품이지만 그 안에 내 삶이 반영되어 있는가?
건축가의 일
*멋대가리 없는 프로그램처럼 생각되지만 막상 시작해보니까 그렇지 않았다. 직원들은 언제라도 독립할 수 있는 실력을 익히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준공 뒤의 보수 관리도 좀더 꼼꼼하게 하려고 한다. 자기가 한 일은 반드시 자기한테 돌아올 거라는 의식이 자연히 생긴 것 같다. '선생님' 밑에서 일한다는 생각에 기대지 않고, 기한부로 같이 일하고 그 작업에서 나온 것을 최종적으로 자기가 회수하겠다는 동기부여도 되어서 사무소의 분위기는 오히려 좋아졌다. 앞에 기다리고 있는 미지의 요소를 자기 자신을 위한 확장으로 생각하는 사고방식을 몸에 익혔으면 좋겠다. 나는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독립적이기를 바라고 있다.(p392)
그리고 좋았던 문장. 사랑의 감정을 이렇게 표현한 게 좋았다.
*마리코는 내 팔 안에서 적당한 무게를 지니게 되었다. 물론 어린애였던 마리코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마리코의 형태는 태어났을 때부터 쭉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지금 옆에 앉아서 숨을 쉬고, 말하는 마리코가 사랑스러웠다. 성급한 욕망과는 색채가 다른 감정이 내 안에서 자라고 있었다. (p311)
나는 이 책을 아침 서울숲에서, 동네 스타벅스 창가 자리에서, 한낮의 집 소파에서 읽었다. 연휴 동안 날씨도 맑고 바람도 솔솔 불어서, 책을 읽는 내내 여름 기운을 만끽했다. 직장인에게 이런 책만 읽는 연휴란, such a lux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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