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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BY/육아일기

엄마한테 아기 사진을 보내면 일어나는 일

by 민히 2024. 11. 21.


부모님은 매일 같이 아기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내달라고 하신다. 손주를 너무나 예뻐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정신없는 와중에도 사진이나 영상을 부지런히 보내드리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늘 이렇다.



”목을 똑바로 해줘라. 삐뚤하다.”
“베개에 눕혀줘라.”
“아기 춥다. 양말 신겨라.”
“아기 춥다. 긴팔 입혀라. 꽁꽁 싸매라.”
“아기 춥다. 에어컨 꺼라.”
“아기 춥다. 보일러 틀었나?”
“백화점 데려가지마라. 먼지 날리는 거 아기 코에 다 들어간다.”
“OO이 재채기하지 말라 해라. 아기 놀래키지마라. 파란 똥 싼다.”
“아기 딸꾹질한다. 물 먹여라.”
“아기 운다. 배고프다. 우유 먹여라.”




엄마가 하는 말에 한창 따박따박 대답할 때 가장 웃겼던 대화.

“터미타임 시키지마라. 때 되면 알아서 뒤집을건데.”

- 의사쌤도 하라고 했어.

“힘들어하는 게 안타까워서 못 보겠다.“

- 웃고있는데???😮



어느 날은 아기가 맘마 먹다가 잠든 영상을 보내드렸는데 아기 숨소리를 듣고,

“숨 못 쉰다. 코딱지 파줘라. 숨 막히니까 입으로 숨쉰다.”
(이 영상의 포인트는 아기 숨소리가 아니라 입 벌리고 잠든 귀여운 모습이었는데?)

- 잠들어서 못 파줘.

“아기 숨 못 쉰다. 지금 가서 면봉으로 파 줘라.”

- 응. (거짓말 ㅎㅎㅎ) 너무 깊어서 안 파져.



그 중 압권은 “니 애 못 키우네.”

- 아기 보는 게 처음인데 당연하지 😡
(신생아 시절 아기 돌보는 게 진짜 뭔지 몰랐을 때여서 상처 받았었음. 그래서 엄마한테 “엄마도 아기 못 보던데?”라고 응수한 불효녀…)




이렇게 해라,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하셔서 사진 하나 보냈다가 해명하기 바빠진다. 아기를 키운 지 30년도 지난 기억이고 그간의 세월 동안 아기와 육아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됐으니 바뀐 지식도 많고 육아 문화 자체도 달라졌는데. 처음엔 하나 하나 해명했다. 이제는 해명하기도 지쳐서 그냥 “네~” 하고 못 들은 척 한다😅 그리고 이제는 엄마가 어떤 포인트를 못 미더워하는지 아니까 사전 검열 능력이 생겨서 문제가 될 만한 건 아예 보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여전히 잘못된 포인트를 찾아내는 게 신기한 점.


처음에는 엄마의 이런 말 하나 하나가 다 스트레스였다. 엄마가 보기에 내가 갓난아기를 돌보는 게 걱정되고 불안하실테지. 하긴 나도 내 자신이 불안했으니까.  엄마는 지나가다가 무심코 그냥 한 말일 수도 있고. 이제는 엄마의 마음도 알겠고 나도 여유가 생긴건지 육아에 자신감이 생긴건지 그냥 웃으면서 넘긴다. 남편이랑 얘기하면서 “우리 엄마 또 이랬어! ㅋㅋㅋ” 하면서 하나의 웃긴 에피소드로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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