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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days to go, 읽고 쓰기

317 days to go, 내가 사는 여기 말고도 다른 세계가 있다

by 민히 2023. 2. 18.

317 days to go
오늘의 책 : 은유,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글쓰기의 최전선》 《쓰기의 말들》 이후 7년 만에 선보이는 은유 작가의 글쓰기 책. 글을 쓰다가 생기는 고민과 궁금증 마흔여덟 가지에 은유 작가가 자신의 글쓰기 경험, 작가로서의 삶을 재료 삼아 이야기한다. “글쓰기 슬럼프를 어떻게 극복하나요?” “글감을 어떻게 고르나요?” “글 쓰는 시간을 사수하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이 책의 소제목은 글로 한 문장이라도 자기표현을 해본 사람이라면 해봤을 고민이자, 은유 작가가 과거에 했고 지금도 하는 고민이기도 하다. 1장 〈혼자 쓰다가 주저한다면〉에서는 부담감과 좌절감으로 선뜻 쓰지 못하는 사람에게 그래도 글 쓰는 이유와 동력에 대해 말한다. 2장 〈일단 써보고자 한다면〉에서는 글감 고르기부터 퇴고하고 제목을 짓기까지, 글 한 편을 완성하는 방법을 다룬다. 3장 〈섬세하게 쓰고 싶다면〉은 의도치 않게 타인을 폄하하거나 비난하는 글을 쓰지 않도록 옳은 언어를 고르고 표현하는 내용을 담았으며, 마지막 4장 〈계속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면〉에서는 책과 시 이야기, 작가의 삶을 나눈다. 은유 작가의 노하우가 궁금한 요소도 상세히 다루었다. 대표적으로 인터뷰 잘하는 방법, 책 리뷰와 인용구를 활용한 글쓰기 방법 등을 예문과 함께 설명하여 이해를 돕는다. 굳이 글을 쓰지 않아도 될 이유가 수없이 많아도 계속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자. 당장 옆에 있는 메모장에 무엇이라도 끄적이고 싶은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혼자 글을 쓰는 사람, 글을 잘 쓰고 싶은데 그 마음이 부담감이 되어 선뜻 쓰지 못하는 사람, 당장은 글을 안 쓰지만 써보고 싶은 마음이 한편에 있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책이다.
저자
은유
출판
김영사
출판일
2023.01.09

 

나는 일기를 쓰고 틈틈이 이것저것 메모하는 것을 좋아한다. 사적인 글쓰기는 아무런 부담 없이 즐기는데, 이렇게 매일 쓰는 서평 같은 글은 조금 어렵기도 하다.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는 사실 아름답고 따뜻한 색감의 표지에 끌려 서점에서 집어 들었고, 읽을수록 나의 '공적인 글쓰기'에 대하여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작가 은유는 세 살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글쓰기 수업에 다녔다고 한다. 그녀는 글쓰기 수업에서 "내가 사는 여기 말고도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을 배웠다고 했다. 그래서 누군가 육아를 하면서 어떻게 글을 쓸 수가 있었냐고 물으면, 글을 쓴 덕분에 육아도 하고 그 시절을 잘 보낼 수 있었다고 대답한다.

지금 이 세계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
몇 년전 내가 퇴근해서까지 회사 일로 고통받으며 일과 삶을 구분하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지자, 남편은 "회사는 '너'라는 아주 큰 세계의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위로해 줬다. 회사에서 속상한 일이 있어도, 상사나 동료 때문에 스트레스 받더라도, 내가 준비한 프로젝트가 생각처럼 잘 풀리지 않더라도, '나'라는 세계는 직장인 나보다 훨씬 거대하고 '나'라는 세계 바깥에는 또 다른 세계가 무궁무진하게 많다는 것을 기억하니 그 모든 고통이 예전처럼 커다랗게 다가오지 않았다. 오히려 회사에서 안 좋은 일이 있어도 '회사에서 힘들다고 내 인생 전체가 흔들리는 게 아니다! 이건 나라는 세계의 조각에 불과하니까. 나에겐 거대한 세계가 있으니까!'라며 일과 삶을 분리하고 건강하게 회사를 다닐 수 있었다.

김혼비의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는 아마추어 여자 축구선수들의 유쾌한 이야기를 담았다. 대부분 본업이 있고 주말에 모여 축구를 하는 사람들이다. 그 중 한 명은 고기집에서 서빙을 하는데, 식당이모라고 함부로 대하는 손님을 만나도 그녀는 더 이상 예전처럼 주눅 들지 않는다. '내가 이래 봬도 그냥 식당이모가 아니고 주말에는 축구하는 식당이모라고!' 생각하며 단단한 자존감을 보인다. 나는 이 대목에서 무척 감동을 받았는데 자신이 속한 이 세계 말고 또 다른 세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이런 자존감이 나오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대현 교수님도 어느 강연에서 똑같은 말을 했다. 건강한 정신을 유지하려면 본업 말고 다른 걸 할 줄 아는 게 있어야 한다고. 교수님은 그게 기타였다. 그냥 의사인 것과 기타를 치는 의사는 살아가는 것이 천차만별로 다르다고 했다. 결국 교수님도 같은 이야기를 했던 것이다. 이 세계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 이것 말고 다른 세계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과 그렇지 아는 사람은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

결국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 말고 그 바깥에 다른 세계도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안다는 것은 희망이다. 은유 작가에게는 그것이 글쓰기 세상이었고, 식당 이모에게는 축구였고, 윤대현 교수에게는 기타였다. 나에게 그 다른 세계는 나의 소중한 보금자리와 남편, 매일 독서하고 기록하는 시간, 외국어 공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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